[사랑의 편지]전현수/아버지의 든든한 오른팔 될게요

  • 입력 1998년 4월 8일 07시 35분


늘 엄격하고 무서웠던 아버지…. 그래서인지 저희들은 아버지께 선뜻 다가서기 힘들었고 아버지는 지금까지 자식들의 재롱이나 애교도 한번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 제가 군대에 들어온지 어느새 1년이 넘었습니다. 살림이 예전보다 더 어려워져 그전보다도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요. 앞으로 살아가기가 점점 더 힘드실텐데. 군에 있는 아들에게는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께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는 아들은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요즘 들어, 아니 군대에 와서야 비로소 마음속 깊이 깨닫게 된 것은 그토록 무서웠던 아버지가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많이 약해진 게 아닌가 하는 걱정입니다. 며칠전 일과가 끝난 뒤 제가 전화를 걸었었죠. “아빠 힘드시죠. 조금만 더 고생하세요. 제가 편안히 모실게요.” 예전 같으면 아마 이렇게 말씀하셨을 거예요. “너나 잘해라. 누가 너희 도움 받고 산다고 했느냐.”

그런데 아버지의 대답은 달랐어요. “그래. 현수 제대하면 우리 식구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우리 아버지도 이젠 늙으시나 보다 하는 생각에 가슴이 울컥 하는 걸 참느라 혼이 났습니다. 엄마도 그랬어요. 아버지도 힘드신가 보다고요. 제 전화를 받으면 가끔씩 눈가에 물기를 비치기도 한다구요.

하지만 아버지. 힘내세요. 제가 있잖아요. 아버지께 걱정끼쳐 드리지 않고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만 우리 집에 생길수 있도록 이 아들이 노력할게요. 제가 아직 군복무를 하고 있지만 이제 10개월 정도만 지나면 아버지의 옆으로 가서 항상 든든한 오른팔이 될게요.

저는 당신의 당당한 모습뿐만 아니라 초라한 모습까지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전현수(상병·대전 유성구 자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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