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타임스]마야문명 유적 도굴꾼에 방치

  • 입력 1998년 4월 7일 20시 03분


▼ 타임스 ▼

중미 과테말라 북동부의 광활한 밀림 속에는 수 세기 동안 몸을 감춰온 위대한 마야문명의 유산들이 널려있다. 현재도 유명한 티칼의 피라미드 외에도 수백 곳의 유적들이 발굴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유적은 방치돼 있다. 이미 알려진 2천2백곳의 유적지 중 1백곳 정도에만 감시인이 배치돼 있다.

도굴꾼이 고고학자보다 먼저 유적을 훑어가는 일이 잦다. 이미 발굴된 보물들은 무장강도에게 약탈당한다.

도자기나 조각품의 밀매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기업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약 운송을 위해 밀림 속에 소규모 공항까지 만들어 놓은 콜롬비아 마약카르텔은 유적 도굴을 수익성 높은 부업으로 삼고 있다.

도굴꾼들의 주요 목표는 아름다운 돌비석. 여기에는 마야 왕과 사제 귀족들의 얼굴이나 큰 전투의 기록이 새겨져 있다. 그들은 훔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두꺼운 평석에서 부조만 떼어내거나 조각품을 해체해 나중에 재조립하기도 한다.

과테말라 정부가 멕시코처럼 비석을 박물관으로 옮기고 원래 장소에 복제품을 세워놓기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최근 과테말라 호텔업에 대거 진출한 국제 컨소시엄들은 투자의 일부를 유적 보존에 돌려야 한다.

왜냐하면 관광은 유적 보존을 위한 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도 마야 유물에 대한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미국은 91년 이후 마야 예술품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도굴품의 주요 목적지인 벨기에 같은 유럽국가도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리·파리〓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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