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회담 대책]정부『경협-이산가족 돌파구 찾겠다』

  • 입력 1998년 4월 7일 19시 30분


정부가 11일 열리는 차관급 남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천명한 대로 ‘좋은 결실’을 거두기 위한 회담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강인덕(康仁德)통일부장관은 차관급 회담을 수용키로 한 정부방침을 밝히며 “이번 회담은 비료회담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95년 쌀만 주고 아무 것도 얻지 못했던 중국 베이징(北京) 쌀회담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결의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비료 등 상호관심사를 협의하자”는 북한의 제의 중 ‘상호관심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선 올해 식량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비료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겠지만 우리로선 사실 남북관계정상화의 돌파구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비료문제에만 매달리고 특사교환 이산가족문제 등 우리측이 제기할 교류협력방안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북한이 당국간 회담을 제안하면서도 장소로 베이징을 고집, 한반도내에서의 회담개최를 거부한 것은 이번 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북한 노동당 김용순(金容淳)대남담당비서가 6일 한국의 정경분리에 따른 교류협력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회담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계산된 발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고위당국자는 “북한은 한국민에게 이번 회담에서 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해 우리측 대표들이 성과에 대한 부담을 안고 나오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순이 남북대화의 전제로 △국가보안법 폐지 △안기부 해체 △통일애국인사와 청년학생 석방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도 북한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이 먼저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데다 5명의 대표단을 보내겠다며 나름대로 회담의 ‘격(格)’을 갖춘 점으로 미뤄 볼 때 남북관계개선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총리급 회담에는 9명, 장차관급 회담에는 5명 또는 7명, 실무접촉에는 3명 정도의 대표단을 보내 왔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 비료문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북한의 식량과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교착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설득할 방침이다.

고위당국자는 “북한은 미국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선 먼저 한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비료를 얻는 것만으로 대화창구를 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또 비료문제와 경협 이산가족문제 등을 연계해 북한이 전반적인 남북관계개선에 호응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이번 회담 외에 별도의 당국간 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열 것을 북한에 제의할 예정이다.

〈한기흥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