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종희/경찰-변호사 「검은 거래」

  • 입력 1998년 4월 7일 19시 20분


경찰관의 변호사소개 비리는 마치 ‘투명인간의 그림자’같다는 느낌이다. “피의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나서는 경찰관은 아무도 없다. 사건당사자들은 망설이고 머뭇거리다 “교묘하고 암묵적으로 변호사선임을 강요했다”고 입을 연다. 그나마 소개받은 변호사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입을 다문다.

소개 기법도 다양하다. 구속적부심 직전 휴대전화로 변호사사무실과의 통화를 알선해주거나, 옆책상에 있는 변호사명함을 가리키며 ‘저쪽과 연결해보라’거나, 혹은 자기책상에 있는 변호사사무실의 재떨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아는 변호사가 있기는 한데…”라고 중얼거리는 경우도 있다.‘소개’해준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경찰관들 입장에서는 그런 식으로 한건만 성사시키면 한달치 봉급보다 많은 소개비를 얻어쓸 수 있다. 게다가 크게 죄짓는다는 느낌도 없다.

경찰관들은 “진술서 다 꾸미고 검찰에 송치하기 직전 변호사를 소개시켜준 것이 ‘미란다원칙’에도 충실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변호사측으로부터 ‘사례금’을 받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바로 그 몇 푼의 사례비 기대심리 때문에 ‘사법경찰관’의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에서 70% 이상 이뤄지는 변호사수임 ‘장난’과 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편파수사가 사법정의를 훼손하는 가장 큰 해악”이라는 지적(‘개혁변호사모임’)도 있다.

미란다원칙은 ‘변호사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해 주는 것일 뿐이다. 사례금을 바라고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보내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박종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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