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영섭/신문도 달라져야 살아남는다

  • 입력 1998년 4월 7일 19시 20분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추스르는데 언론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언론에 대해서는 개혁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다. 언론 산업의 경영구조 개선과 보도의 윤리 문제를 비롯한 해묵은 개혁 과제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특히 신문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둘러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몇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 개혁요구 적극 수용해야 ▼

첫째, 신문이 달라져야 한다는 비판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수용하기 바란다. 사회사상가 노엄 촘스키는 미국 언론을 파워 엘리트 집단의 선전 도구로 규정하면서 특히 뉴욕타임스를 공격한다. 그는 권력과 금력 엘리트들의 이익을 지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신문이 뉴욕타임스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촘스키를 ‘오늘날 살아 있는 가장 중요한 지식인’으로 평가했다. 혹독한 비판도 일리있는 것이면 포용하는 자세가 바로 뉴욕타임스를 세계적 권위지로 만드는 힘의 일부일 것이다.

둘째, 양비론(兩非論)을 지양했으면 한다. 신문은 잘못의 경중을 가려 분명한 판정을 내려줘야 사회계도 기능에 보다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은 윤리강령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명시적으로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의 유학시절 어느 교수실 벽에 이미 10년 남짓 붙어 있던 뉴욕타임스 전면광고가 생각난다. 뉴욕타임스가 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설명한 자사(自社)광고였는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과 사회학자 에드워드 실즈 등 기라성같은 세계적 석학들의 이름도 수십명이나 닉슨의 지지자로 나열돼 있었다. 그후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불명예 퇴임했음에도 뉴욕타임스와 당대의 대표적 지식인들이 소신대로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실은 미국 언론발전사에 등장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셋째, 특정시장을 확보하는 니치마케팅 전략을 추구하기 바란다. 앞으로 신문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특징과 매력 때문에 반드시 그 신문을 선호하는 고정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언론학자 콘래드 핑크는 고유한 목표를 세우고 특정의 경제 정치 문화적 이익에 봉사할 수 있는 매체 특유의 맛을 내는 언론만이 21세기에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넷째, 신문은 변화를 뒤쫓기보다 선도해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언론인 재교육과 재훈련이 중요하다. 오늘날 선진국 교육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평생교육 사회교육 전문가 재훈련의 증대다. 이것은 대학을 나온지 불과 몇달만 지나도 지식을 멀리하면 옛날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대사회의 변화속도가 빨라졌음을 반영한다. 더구나 언론인들은 변화속도가 가장 눈부신 지식정보산업 종사자들이다. 재교육을 소홀히 하면 금방 뒤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83년 미국 MIT대에 설치된 과학기술담당 전문기자 재교육과정은 지식정보산업 종사자들의 ‘조로(早老)현상’ 대응에 그 목적이 있었다.

▼ 특성 살려 경쟁력 강화를 ▼

다섯째, 전파매체에 비해 신문의 강점인 깊이있는 문제분석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선진국들에서도 신문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에서 1백35년의 전통을 자랑하던 필라델피아 불러틴(PB)지가 82년 문닫았을 때 ABC의 유명 방송인 데이비드 브린클리는 “방송은 분석의 깊이면에서 신문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 PB지의 불행은 곧 언론의 불행이다. 그래서 이 신문의 사망을 가장 애도하는 사람은 우리 방송인들이다”고 논평했다.

신문이 전파 매체의 위력과 재정난 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이 시대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회변화에 민감하고 비판을 수용하면서 소신과 개성, 그리고 신문매체 특유의 장점들을 최대한 발휘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안영섭(명지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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