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서세원의 좋은…」, 노인희롱 비판에 변모

  • 입력 1998년 4월 7일 08시 04분


노인들의 오락프로 등장은 애초부터 ‘잘못된 만남’인가.

지난달초 첫선을 보인 SBS ‘서세원의 좋은 세상만들기’(토 오후7·00).‘고향에서 온 편지’‘장수퀴즈’ 등 일부 코너가 노인을 희롱하고 있다는 ‘불경설’에 휘말리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이 프로가 어른을 공경하는 전통적 가치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지난달 16일 경고조치를 내렸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등 모니터 단체들도 “순박한 노인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불경의 한 예가 노인들에게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의 이름은 무엇인가’를 물었던 ‘장수퀴즈’코너. 정답인 만병통치약외에도 구두약 변비약을 보기 속에 끼워놓았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노인들이 엉뚱한 대답을 하면 주변에서 요란스러운 웃음을 터뜨리는 식으로 진행됐다.

‘브레이크없는 벤츠’처럼 웃음만을 좇던 이 프로는 그러나 방영 한달이 지나면서 나름대로의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행자의 과장된 행동과 소란스러운 웃음 등 문제점들이 남아 있지만 개선된 흔적이 적지않다. 노인들의 생활주변에서 퀴즈를 내는가 하면 고향을 떠난 자식들에게 전하는 편지들은 가슴 찡한 감동을 준다.

노인들이 오락프로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공경의 대상이었던 노인들이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웃음의 부피를 조금 줄이더라도 품격을 유지한다면 ‘10대들의 놀이판’이나 다름없던 주말 오후 시간대의 TV프로를 다양한 지역,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마당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에서나 TV 속에서나 노인들이 소외돼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인인구가 늘고 있음에도 극소수에 불과했던 노인대상 프로들은 지난해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가족들이 참여하는 장수만세류나 결혼식을 재연하는 앙코르 이벤트의 손님으로 간혹 등장할 뿐이다. 그런 마당에 오락프로의 한 코너를 놓고 불경여부를 따지는 것이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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