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司試정원 축소 안된다

  • 입력 1998년 4월 6일 19시 59분


사법시험 합격자를 다시 5백명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구체적인 사시(司試)정원 축소 건의안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사시정원은 종전 3백명이었다가 96년 5백명을 시작으로 매년 1백명씩 확대, 2000년 이후에는 1천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었다. 지난해엔 6백명을 뽑았다.

법무부의 사시정원 축소시도는 대학생들이 사시준비에 너무 몰리고 변호사업계에 과당경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서울대의 경우 무려 36개 학과가 1명 이상의 사시 합격자를 냈을 정도니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원확대를 계기로 사시는 전공을 초월한 시험이 된 것이다. 다양한 학문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그러나 그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원확대의 근본취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사시정원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값싸고 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즉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 목표였다. 미국식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해 법조인을 대량 배출하는 새 시스템도 모색했으나 법조계의 반발에 부닥쳐 좌절됐다.

아직도 법원 검찰 변호사업계 등 기득권을 가진 법조계는 정원확대에 비판적인 반면 학계와 일반국민은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법조계는 여전히 국민의 이익보다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시에만 합격하면 장래가 보장되는 소수 법조체제는 좋지 않다.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법조인의 질과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턱없이 높은 사건수임료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쉽게 말해 실력없는 변호사는 먹고살기도 어려워야 한다. 변호사의 직역(職域)도 지금처럼 거의 소송업무에 국한돼 있는 형태를 탈피, 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사시정원은 늘려야 한다.

사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도만 해도 일부 부작용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응시자의 절대수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정원이 5백명으로 늘어난 96년에는 응시자가 1천7백명 많아졌으나 6백명으로 확대된 97년에는 오히려 전해보다 3천여명이나 줄어 93년 수준으로 되돌아 갔다. 게다가 다양한 학문배경을 가진 법조인들이 배출되면 직역확대와 전문성 제고에 도움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변호사 수도 미국 90만명, 일본 1만4천명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3천3백명에 불과, 인구를 감안해도 적다. 법률시장 개방을 맞아 변호사의 전문성 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정권교체를 기화로 사법개혁을 되돌리려는 법조계의 시도는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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