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89)

  • 입력 1998년 4월 6일 19시 15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14〉

카심의 아내를 새 아내로 맞이함으로써 일단 비밀의 누설을 막게 된 알리바바는, 마르자나를 만나러 밖으로 나갔다.

성실하고 영리한 마르자나는 그 사이에 벌써 이 난관을 극복할 방안을 궁리해 내고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그녀는 약방에 가서 중병 치료에 쓰는 특별한 아편을 사왔던 것이다.

“그 아편을 뭣에 쓰려고?”

알리바바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알리바바의 귓전에다 대고 속삭였다. 듣고 있던 알리바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연 너는 영리한 아이로구나.”

이튿날 아침이 되자 마르자나는 다시 그 약방으로 갔다. 약방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보세요, 약제사님!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이는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최후 수단으로 시도해 볼만한 약은 없나요?”

그녀의 이 말에 약제사는 딱하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사 간 아편으로도 효험이 없었나 보군. 대체 누가 그렇게 위독한 거요?”

그러자 마르자나는 울면서 말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람은 저의 주인 알리바바님의 형 카심이랍니다.”

이 말을 들은 약제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카심처럼 지나치게 건강하고 뚱뚱한 사람일수록 더 위험하다니까.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이 약을 한번 써보도록 해요. 이 약도 듣지 않는다면 정말 모든 것은 끝장입니다.”

마르자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 약을 받아들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근처 사람들에게 알리바바의 형 카심이 병이 들어 절망 상태에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또, 약제사는 약제사대로 그날 하루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지나치게 건강하고 뚱뚱한 사람일수록 더 위험하다는 평소의 자기 주장을 증명하기 위하여 카심의 경우를 예로 들곤 했다.

이튿날 새벽, 알리바바의 집에서는 갑자기 요란스러운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카심의 아내, 알리바바, 알리바바의 아내, 그리고 젊은 마르자나의 울음소리였다. 그 요란한 울음소리에 잠을 깬 이웃 사람들은 그것이 카심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 내는 것임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카심이 위독하다는 소문은 이미 근처에 널리 퍼져 있었으니까 말이다.

곡소리가 울려퍼지는 동안에도 마르자나의 계획은 차질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녀는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늙은 구두 수선공, 무스타파에게로 가 디나르 금화 한 닢을 쥐어주면서 말했다.

“영감님의 바느질 솜씨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왔어요. 가죽을 꿰매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를 챙겨 가지고 저와 함께 가주세요.”

낯선 여자가 찾아와 이렇게 말하자 구두 수선공은 우쭐해져서 말했다.

“가죽을 꿰매는 일이라면 이 도성에서 나를 따를 사람이 없지.”

이렇게 말한 노인은 가죽을 꿰매는 데 드는 일체의 도구를 챙겨들고 나섰다. 그러한 그에게 마르자나는 또 한 닢의 금화를 쥐어주면서 말했다.

“그런데 한가지 조건이 있어요. 그 집엘 가려면 눈가리개를 하지 않으면 안돼요.”

이렇게 말하며 마르자나는 노인의 두 눈에 눈가리개를 씌웠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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