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극 눈물의 여왕]신파조에 울고웃다 인간애 『뭉클』

  • 입력 1998년 4월 6일 08시 34분


창작대중가극 ‘눈물의 여왕’에는 묘한 여운이 있다. 향수를 자극하는 신파극의 형식을 닮았으면서도 좌우의 비극적 대립이라는 무거운 주제의 한 단면을 담고 있다.

신파 악극을 기대하고 온 관객은 ‘타향살이’‘애수의 소야곡’선율에 가슴 뭉클해 할 것이고 역사의식이 강한 사람이라면 빨치산 대장 이현상의 최후를 보며 머리를 끄덕이거나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눈치빠른 관객은 누구나 제1막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의 여왕’에 관한 사전정보에 하나의 큰 오해가 있었음을 알아차린다. “이거 그냥 악극이 아니잖아.”

‘눈물의 여왕’에서 관객을 압도해 오는 것은 ‘인간’과 ‘예술’에 대한 연출가 이윤택의 집요한 질문이다.

그 질문을 온몸으로 토해내는 극중의 두 인물 이현상(신구 분)과 전옥(이혜영 분).

“이 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한 민족이다.”

빨치산대장 이현상의 출연장면은 짧지만 인상적이다. 이념보다는 인간, 더불어 사는 세상을 염원하면서도 시대의 덫에 걸려 이슬처럼 사라지는 고독한 전사 이현상의 최후장면에는 그와 동시대인인 노년층보다 ‘변혁’의 열병을 앓으며 80년대를 거친 30대 관객들이 더 깊게 빨려든다.

또 다른 인물 전옥. 총구를 들이대며 노래를 강요하는 빨치산 앞에서 “배우는 무대에서만 연기한다”며 공연을 거부했던 그는 경찰이 빨치산 프락치를 잡기 위해 무대 위로 뛰어오르자 “공연은 중단 못해”라고 맞선다.

공연중지를 호령하는 형사 김순천(김학철 분)의 대사, “무대에서 하는 짓거리들이 얼마나 허망한 놀음인 줄 아나!”는 고난의 시대, 예술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조롱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공연은 계속돼야 돼. 이게 우리들의 운명이야”라고 절규하는 전옥. 그것은 ‘거친 세상을 껴안고 살아가겠다’는 혼 있는 광대의 외침이다.

‘눈물의 여왕’의 장르명은 ‘대중창작가극’. 그러나 악극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은 “왜 시원하게 울게 해주지 않나”라고 불만을 터뜨린다. 반대로 흥행을 노린 신파 노랫가락 때문에 치열한 주제의식이 흐려져버렸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이윤택은 “타협도 절충도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지나치게 이성 중심인 우리 연극에 노래로 감성을 부여하고 싶었다. 나는 그 가능성을 노래 춤 연기가 분리돼 있지 않았던 총체극, 가극의 전통에서 찾으려 했다.”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화∼일 오후3시 7시반, 목 7시반. 02―580―1132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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