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소개 수법]사건처리 시간끈후 변호사 슬쩍 소개

  • 입력 1998년 4월 5일 19시 26분


경찰서에 들어서면 누구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기분이 된다. 불친절에 혼나지 않고 ‘구속’을 면하려면 경찰관에게 잘보여야 한다.

피의자들은 “어차피 경찰관이 소개하는 변호사를 선임하면 진술서라도 잘 꾸며주게 되고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라면 소개비 몇백만원쯤은 어떠랴”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에서 단순사망이나 뺑소니사고의 경우 보험에 들어있는 상태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하고 도로교통법상 10개 중대위반항목이 없는 경우 대개 구속되더라도 적부심이나 보석으로 풀려나게 된다는 것이 법원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찰관들은 ‘주의태만’과 ‘고의성’을 부각시키면서 “아는 변호사가 있기는 한데…”라고 흘려 거래가 있는 변호사를 ‘권유’한다.

형사사건이나 고소고발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돈이 있어 보이면 검찰송치만기일까지 시간을 끌어 ‘진을 빼놓거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친해진 후’ 슬쩍 변호사를 소개하고 사례비를 챙긴다.

지난해 이순호변호사사건과 관련해 풍비박산이 난 경기 남양주경찰서의 경우 형사계 28명, 사고처리반 7명, 소년반 3명, 수사조사계 3명 등 총 43명이 이변호사의 ‘장부’에 올라 검찰조사를 받고 이중 8명이 구속됐다.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관계자는 “형사계의 경우 반별로 총무를 두고 소개비를 관리했다”며 “수사를 확대할 경우 경찰서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의정부경찰서는 형사계 교통사고처리계 유치장 등 곳곳에 ‘변호사사무실 관계자의 출입을 금지한다. 민원인들은 브로커들에게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는 안내문을 큼지막하게 걸어 놓고 있다.

피의자―경찰관(검찰 수사관)―사건브로커―변호사로 이어지는 법조비리의 사슬은 매우 은밀하게 이어져 있고 또 결과가 만족스러울 경우에는 당사자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는 점에서 밝혀내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법망으로 옭아매는 척하면서 한편으로는 빠져나갈 방법을 가르쳐주는 식의 수사기관의 변호사 소개 관행만이라도 뿌리뽑아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수원·의정부〓박종희·권이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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