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차관급회의 제의 배경]새정부와 ‘전향적 관계’포석

  • 입력 1998년 4월 5일 07시 53분


북한이 4일 이성호 북한적십자회위원장대리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제의한 남북 차관급회담은 의외로 의미있는 대화가 될지 모른다.

물론 북한이 '북과 남 사이의 비료문제등 상호관심사'라고 비료문제를 주의제로 특정했고, '부부장(차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5명의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어느정도 비중을 가진 부부장을 내보낼지 알수 없어 차관급 회담제의의 의미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실제 북한은 파종기를 앞두고 비료부족이 심각한 상태에서 남으로부터 최단시일내에, 최대량의 비료를 지원받으려는 '눈앞의 이해'때문에 회담의 비중을 높였을 것이라는 게 정부당국자들의 의견이다.

북한은 1월말 옥수수박사 김순권 경북대교수가 방북했을때 20만톤의 비료지원을 강력히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비료지원문제는 내부적으로 '적극적인 방침'을 세워놓고 있지만 과연 북한이 원하는 시기에, 원한는 양을 보내줄 수 있을 지 가변적이다.

남북차관급회담 제의가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북한이 김대중정부 출범이후 처음 제의한 '당국자간 회담', 그것도 고위급회담이라는 점이다.

비료문제나 3월 적십자회담에서 우리측이 끈기있게 타진한 이산가족 상봉문제뿐만 아니라 새정부 임기동안의 남북관계 흐름을 가늠해볼만한 '물밑 대화'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관측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김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을 위한 특사교환 제의와 정상회담 용의를 표명한 이후 국가안보회의 결정을 통해 이달부터 기업총수들의 방북도 허용키로 하는등 나름의 전향적 조치들을 취해왔다.

여기에 취임직전 북한이 '이산가족 주소안내소 설치'를 제안하는등 새정부와의 관계설정을 염두에 둔듯한 '긍정적 조치'를 취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4자회담 2차회의에서 북한측 이근차석대표는 우리측 대표단에 "조만간 남북대화가 재개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정부가 진의파악에 나서기도 했었다.

북한이 김대통령이 제안한 남북기본관계의 재정립을 위한 특사교환이나 정상회담을 놓고 뭔가 장기적인 호흡고르기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느낌까지 주는 기류들이다.

아무튼 북한이 제의한 차관급회담은 날짜와 장소수정은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정부가 수용할 것이 확실하다. 정부는 또 이번 회담을 이산가족 상봉문제 해결을 위한 디딤돌로 활용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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