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87)

  • 입력 1998년 4월 4일 20시 34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12〉

밤이 되어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카심의 아내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녀가 그렇게 걱정을 했던 것은 그러나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랑하지는 않지만, 남편은 그녀 자신의 생활과 탐욕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던 것이다.

밤이 깊어지자 마침내 그녀는 알리바바를 찾아갔다. 그때까지 한번도 시동생 집에 간 일이 없는 그녀는 물어 물어 겨우 찾아갈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형수님. 그런데 이 밤중에 웬 일이세요?”

알리바바는 카심의 아내를 반갑게 맞아들이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 형님의 신상에 대하여 알고 싶어서 왔어요.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이는 오늘 새벽에 숲으로 갔어요. 그런데 여태 돌아오지 않아요. 그이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가보세요.”

카심의 아내가 말했다. 동정심 많은 알리바바는 그녀와 함께 걱정하며 말했다.

“아, 형님이 내 충고를 들었어야 하는 건데. 거길 가시려면 나와 함께 가셔야 하는 건데. 그렇지만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통행인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형님은 일부러 밤이 깊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이렇게 말하며 알리바바는 최대한 형수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깜깜한 밤중에 찾아가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으니 날이 샐 때까지 자기네들과 함께 기다려보자고 타일렀다.

“그렇게 하세요, 형님.”

알리바바의 아내도 이렇게 말하며 카심의 아내를 자기 침대에 재웠다.

동녘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기 시작하자 알리바바는 세 마리의 당나귀와 함께 숲 속 바위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그 바위 앞에 이르자 알리바바는 몹시 불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바위 앞에는 형이 끌고 갔던 당나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게다가 바위 밑 땅바닥에는 어지럽게 피가 묻어 있었던 것이다.

“오, 제발 형에게 아무 일이 없기를!”

알리바바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바위 문을 여는 주문을 외었다. 문이 열리자 그는 불안한 가슴을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카심의 시체였다. 그의 시체는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목과 몸통, 이렇게 여섯 토막이 나 있었다. 그걸 보자 알리바바는 겁이 나 온몸이 바들바들 떨려오면서 금방이라도 기절하여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가엾은 형을 위하여 어떻게든지마지막 장례식이라도 치러줘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는 자신을 다잡을 수 있었다.

알리바바는 두 개의 큰 자루를 꺼내어 그 하나에는 형의 몸통을 넣고, 다른 하나에는 머리와 사지를 넣었다. 그런 다음 그것을 당나귀 한 마리에 실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 김에 이 기회를 이용하여 몇 자루의 금화를 더 가져가기로 했다. 그래서 그는 두 마리의 당나귀에는 금화를 채운 자루를 싣고 그 위에 나뭇가지를 덮었다. 그리고는 다시 바위문을 닫고, 형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도 그때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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