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청와대」39년만에 마감…삼성비서실,「전자」흡수

  • 입력 1998년 4월 4일 20시 34분


삼성그룹 경영의 총본산으로 ‘재계의 청와대’ ‘삼성의 어사대’로 불리던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이 39년만에 막을 내린다.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이 7일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되면 그 날짜로 그룹 회장비서실은 ‘영욕의 시대’를 마감하게 된다. 삼성 비서실이 발족한 것은 삼성이 안국화재 호남비료 한국타이어 동일방직 등을 인수 또는 지분참여 형태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한 59년5월.

고 이병철(李秉喆)회장이 사업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함에 따라 회장을 보좌하고 그룹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을 지원 조정 관리할 종합조정기구를 만들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

비서실은 67년10월 사카린밀수사건에 책임을 지고 이전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은퇴함에 따라 한때 순수 비서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로 대폭 축소되기도 하는 등 영욕이 엇갈렸다.

그후 69년 이전회장이 전자사업 추진과 함께 경영에 복귀하면서 비서실은 다시 확대 개편되었고 90년에는 매머드 조직으로 감사 기획 재무 국제금융 경영관리 정보시스템 홍보 등 15개팀에 2백50명의 인력을 거느리기도 했다.

비서실의 기능은 그룹경영 전체를 총괄, 조정하고 총수의 일정 및 이미지 관리, 계열사에 대한 감사기능 등이 주류.

삼성 비서실의 감사기능은 특히 재계에선 치밀하고 철저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5공시절엔 삼성의 감사팀이 공조직인 KBS와 올림픽조직위원회의 방만한 경영 상태를 진단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핵심 업무는 신규사업 등을 기획해 그룹의 장기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능. 여기에 필수적인 것이 정보수집이고 삼성은 이 분야에서 타기업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내 최고의 정보수집력을 자랑해왔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정보수집 활동으로 때론 경쟁업체와 마찰을 빚었고 재벌경영의 가장 큰 폐해로 지적되는 선단경영의 진원지로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비서실장은 초대 이서구(李書九)비서실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11명이 총수를 보좌했다. 최장수 비서실장은 78∼90년 역임한 소병해(蘇秉海)씨. 현재의 이학수(李鶴洙)비서실장은 비서실 재무팀장 출신으로 삼성화재 사장을 거쳐 96년 비서실장이 된 이건희회장의 최측근 인사.

재벌그룹 회장 비서실과 기획조정실의 효시로 초창기 한국 기업의 조직관리 모델을 제시했던 삼성비서실은 이제 그 기능과 규모가 대폭 축소돼 삼성전자로 흡수된다.

기업성장을 이끌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세습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재벌본산’이라는 엇갈린 평가때문에 삼성그룹 비서실 해체를 보는 재계의 감회가 남다른 것 같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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