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정서적 반응의 뒤에는 ‘투사(投射)’라고 하는 마음의 움직임이 있다. 즉 개인문제 팔자 운명을 운동경기에 투사해 동일시하니 그 결과에 정서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일순간의 흥분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이기면 마치 일본열도를 정복한 것처럼 자만하고 패배하면 일본에 정복당한 것처럼 좌절하는 순간순간에도 한일간의 진정한 국력차이, 무역역조, 전투력의 열등함, 문화수준의 열악함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운동경기의 승패가 국민 개개인의 팔자나 국가의 운명을 뒤바꾸지는 않는다. 경기과정이나 결과를 자신의 문제와 동일시하는 것은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매우 미성숙한 일이다. 자신의 문제를 운동경기에 투사해 몰두할 때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보는 작업, 즉 자아성찰이 방해받는다. 자아성찰이 없이는 문제의 파악 개선→해결→발전 창조가 있을 수 없다. 운동경기는 운동경기일 뿐임을 받아들이고 평상시의 마음을 되찾아 국난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다.
정도언(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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