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BIS비율 『부풀리기』…은감원 『모른척』

  • 입력 1998년 4월 3일 20시 01분


심한 경우 은행 문을 닫게 하는 근거가 되는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보험사로부터 은행당 수천억원의 자금을 후순위로 빌리고 차입금에 상당하는 퇴직급여충당금을 거래 보험사에 예치, 실제 자기자본이 늘어나지 않은 채 BIS비율만 상승했다는 것이다.

3일 은감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16개 시중은행이 지난해 보험사로부터 약 8조5천억원을 후순위차입으로 조달했다. 후순위차입금은 금융기관이 파산 영업정지 등으로 채권을 상환할 때 상환순위가 맨 뒤로 밀리는 대출금.

상업은행은 4천7백억원을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3개 생보사로부터 후순위로 빌리고 대신 그만큼의 퇴직급여충당금을 단체퇴직보험으로 가입했다.

또 △조흥 3천8백억원 △외환 3천4백88억원 △국민 4천억원 △한일은행 4천90억원을 이런 방식으로 조달했다.

이 결과 은행들의 BIS비율은 0.6∼0.7%포인트 올랐다는 것.

국제통화기금(IMF)은 후순위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본자본(납입자본금과 이익잉여금을 더한 것)의 50%까지 자기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후순위차입을 해도 은행금고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 후순위차입을 하면서 보험사에 담보로 맡긴 퇴직급여충당금을 5년간 꺼내쓰지 못하게 된 때문이다.

은감원은 후순위차입의 조건으로 자금공여 금융기관(보험사)에 대한 반대급부를 금지하고 있으나 퇴직급여충당금의 보험사 예치는 예외로 인정, 편법적인 BIS비율 끌어올리기를 묵인했다.

금융전문가들은 “96년말까지는 사내유보하거나 은행 퇴직신탁에 예치해 두었던 퇴직급여충당금을 은행들이 지난해 보험사에 몰아준 것은 대가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험감독원은 최근 생보사에 공문을 보내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변칙적인 후순위대출을 즉각 중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한편 증권업계도 최근 보험사로 부터 약 2조원을 후순위차입으로 조달, 자기자본 확충에 썼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후순위차입을 하면서 보험사와 ‘증권사의 파산 등 비상사태 발생시 맡겨놓은 퇴직급여충당금과 상계할 수 있다’는 이면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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