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조기창/터키의 정신적 지주 케말 파샤

  • 입력 1998년 4월 3일 08시 01분


케말 파샤로 더 잘 알려진 무스타파 케말. 그는 1923년 터키 공화국을 건국한 초대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터키의 국부(國父)로 추앙받고 있는 영웅이다. 터키공화국이 선포되기 이전 터키는 1453년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킨 오토만제국 지배하에 있었으나 세계 제1차대전 패배 후 군주국이 폐지되고 독립전쟁을 주도한 케말 파샤에 의해 공화국이 세워졌다.

그가 타계한지도 어느덧 60년이 다 돼가지만 그에 대한 터키 국민의 추앙은 대단하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터키 지폐의 모든 앞 뒷면에는 그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으며 주요 공원 및 큰 거리에는 그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관공서는 물론이고 은행 회사 학교, 심지어 가정에도 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국가의 크고 작은 행사에는 어김없이 터키 국기와 함께 그의 대형 초상화가 옥외에 걸린다.

그의 서거 59주년이었던 지난해말에는 그의 사망 시각인 오전 9시5분 전국적으로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오고가던 모든 차량과 사람들이 멈추어 서서 추도 묵념하는 것을 경이롭게 본 적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처럼 강요와 세뇌에 의해 나타나는 광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도 전혀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터키의 모든 국민이 그를 국부로 추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그리스 등 제1차 세계대전 전승국과의 해방 전쟁을 거쳐 터키공화국을 건국한 후 군주국시대의 이슬람교재판, 일부다처체 및 학교에서의 종교 교육을 폐지했다.

또 서양력 채택, 터키 문자 제정, 여성 참정권 부여 등 터키를 서구화하고 현대화하는 데 일생을 바쳤기 때문이다. 그가 아니었더라면 오래 전부터 유럽 국가로 편입되기를 갈망했던 터키는 아직도 이슬람교 율법에 얽매인 낙후한 중동의 한 군주국가로 남았거나 세계 열강의 식민지로 많은 수탈을 당했을 것이다.

비록 터키가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처럼 6천7백만 터키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정신적 지주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

조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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