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업대책 혼선없게 하라

  • 입력 1998년 4월 2일 20시 02분


정부가 실업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각적인 실업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실업자 생계지원차원의 대책은 물론 대대적인 건설공사 등 경기부양과 고용창출 효과를 함께 도모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아직은 큰 그림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오지 않은데다 부처간 혼선도 일고 있어 실업자들은 속이 탄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앞날을 설계할 수 있도록 대책을 구체화하는 일이 급하다.

무엇보다 주요 실업대책의 하나로 추진하기로 한 공공근로사업이 말만 있을 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어 실망을 안겨준다. 정부 각 부처가 앞다투어 내놓는 계획이 내용과 예산도 겹치는 것이 많고 재원다툼까지 벌이는 듯한 모습이다. 대규모 사회간접시설 투자계획이나 기업 지원대책 등도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불거지고 있어 갈피를 잡기 어렵다. 손발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제각각 내놓는 계획은 자칫하면 기대만 부풀려 실망을 키울 우려가 있고 정부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내용을 총괄 조정하는 통합조직을 만들고 사전조율과 완벽한 실행계획이 받쳐진 상태에서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특히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실업사태는 단기간 해결이 불가능하다. 금융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구조조정에 성공해 경제가 회생길로 접어든다 해도 3∼4년간 1백만명 이상의 실업인구가 남을 것이라는 예측인데다 자칫하면 선진국형 고실업이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실업대책의 또다른 역점은 장기적인 고실업에 대처하는 데 두어야 한다. 실업급여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긴 안목의 대책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경기대책 차원에서 실업문제에 접근하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의 실업문제는 곧 경기위축의 문제다. 94조원을 투입해 주택 도로 산업단지와 물류시설 등을 대대적으로 건설하겠다는 건설교통부 계획은 재원마련에 차질을 줄이며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를 통해 경기가 살아나고 생산기반이 확충되고 실업자를 흡수한다면 더없이 바람직하다. 그와 함께 건전한 기업의 도산을 막는 대책도 시급하다. 지금 요긴한 것은 일시적인 고용창출 못지 않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지키고 나누는 일이다. 실업대책 차원에서는 물론 성장기반 붕괴를 막는 대책으로서 건전기업의 도산확산을 막는 특단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업대책이 말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된다. 사회분열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도 실업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빨리 내놓고 서둘러 실행에 옮기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