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84)

  • 입력 1998년 4월 2일 07시 29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9〉

모든 비밀을 털어놓고난 알리바바는 덧붙여 말했다.

“형님, 형님과 저는 같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식입니다. 따라서 저의 것은 모두 형님 것입니다. 형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가져온 황금의 절반은 형님께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탐욕에 눈이 어두운 카심은 말했다.

“그야 당연한 일이지. 그렇지만 그보다 먼저 나는 어떻게 하면 그 바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알아야겠다. 속이려들지 말고 말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당장 시장한테로 달려가겠다. 그리고 네놈이 도둑과 한패라고 말하겠다. 그렇게 되면 네놈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카심이 이렇게 나오자 알리바바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참아야 했다. 형의 성격으로 보아 마법의 주문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시장한테로 달려가고도 남을 테니까 말이다.

“제발 고정하십시오, 형님. 그 바위를 여는 주문을 가르쳐 드리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만, 함부로 사용했다간 어떤 변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정히 거기 가시겠다면 며칠 후에 저와 함께 갑시다.”

알리바바가 이렇게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탐욕에 눈이 먼 카심은 지금 당장 그 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소리쳤다. 그리하여 알리바바는 마침내 마법의 주문을 가르쳐 주고 말았다. 그러자 카심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가버렸다.

그날밤 카심은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동굴 속에 들어있는 무진장한 보물들을 싣고올 것을 생각하니 너무나 기뻤던 것이다.

이튿날 새벽, 날이 새기도 전에 카심은 커다란 상자를 실은 열 마리의 당나귀를 끌고 동생이 일러준 그 숲을 향해 출발했다. 이윽고 그 바위 앞에 도착하자 그는 양팔을 바위쪽으로 올리고 말했다.

“열려라, 참깨.”

그러자 정말로 놀라운 일이 그의 앞에 벌어졌다. 그 커다란 바위가 거짓말처럼 둘로 갈라졌던 것이다. 카심은 노새를 나무에 묶어두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동생이 얘기해준대로 복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 끝에 있는 둥근 방에 이르자 동굴 입구의 바위 문은 저절로 닫혀 버렸다.

모든 것은 동생이 들려준 그대로였다. 커다란 둥근 방안에는 갖가지 보물과 금화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 엄청난 보물을 보자 카심은 탐욕으로 완전히 눈이 어두워져 버렸다.

“정말 엄청나군. 이 많은 보물을 전부 운반하려면 인도 국경에서부터 페르시아 국경까지 여행하고 있는 모든 낙타를 다 끌어모으지 않으면 안되겠어. 이번에는 열 마리 당나귀에 실을 수 있는 데까지 싣고 가지만, 다음에 올 때는 대원정대를 조직해야겠어.”

이렇게 소리치고난 카심은 준비해 간 자루에 금화를 채우기 시작했다. 금화를 채우면서 카심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엄청난 보물 창고의 주인이 되다니. 카심, 너는 참 복도 많단 말이야. 그건 그렇고 이번에 돌아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알리바바 놈을 없애 버려야겠어. 왜냐하면 이 보물 창고의 비밀을 알고 있는 놈은 그놈밖에 없는데, 그런 놈을 그냥 뒀다간 뒤탈이 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야.”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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