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법과외단속 제대로 하라

  • 입력 1998년 4월 1일 20시 04분


교육부가 최근 시도교육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불법과외를 강력히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교육당국이 늘 강조해온 것이 불법과외 단속이지만 이번에는 대응방식이나 강도면에서 과거와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진다. 새 정부는 ‘1백대 과제’ 등을 통해 국민의 사교육비 경감을 여러 차례 약속했으며 이번 불법과외 단속은 그 ‘첫 단추’에 해당한다. 학부모들이 기대를 갖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법이 허용하는 학원수강 과외와 대학생 과외는 불법과외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덜하다. 따라서 불법과외만 제대로 근절한다면 사교육비 걱정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불법과외 단속은 성과없이 엄포용으로 끝나버리는 사례가 많았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불법과외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고 단속인력이 모자라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당국의 단속의지가 빈약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러다보니 불법과외가 일반화되고 현직 교사나 학원강사 출신이 가르치는 고액과외가 급증하면서 집집마다 사교육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수험생을 둔 가정이 겪고 있는 사교육비 고통은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과외비 지출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어도 여전히 가계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살림을 압박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보다 효과적인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더구나 교육기회의 균등이나 형평성 측면에서도 고액과외를 받은 탓에 대학입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위화감이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층간 소득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조짐 속에 아직도 과외를 ‘투자’의 관점에서 보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는 과외문제에 따른 사회균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불법과외해소가 단속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대입전형방식을 다양화한다든지,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과외수요를 대체하는 위성교육방송의 내실화 등 단기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그중에서 불법과외 단속은 당장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행정력을 최대한 기울여 반드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과외단속 발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은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과거에 여러번 실패로 끝난 경험 때문에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까 하는 의구심이 크다. 하지만 이제 교육부문도 구조조정기를 맞고 있는 만큼 이번이야말로 불법과외를 뿌리뽑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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