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텍컴퓨터 사원9명 『회사 부도나도 AS는 부도없다』

  • 입력 1998년 4월 1일 20시 04분


‘회사는 망해도 애프터서비스(AS)는 계속합니다.’

지난해 말 ‘잘나가던’중견컴퓨터업체인 뉴텍컴퓨터가 흑자부도를 내고 쓰러지자 구매자들은 AS를 못받게 됐다며 아우성이었다. 그러나 부도가 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구매자들은 별로 불만이 없다.

고객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다짐한 이 회사 AS센터 직원 9명이 똘똘 뭉쳐 사무실인 용산전자상가 전자월드빌딩 501호에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30여건의 수리물량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

부도이후 20여명의 센터직원이 빠져나가 개인당 수리물량이 2배가량 늘고 월급은 생활비조로 나오는 50만원이 전부지만 직원들의 얼굴은 밝다.

이들은 매일아침 쌀봉지와 김치 멸치조림 고추절임 등의 밑반찬이 든 찬합을 들고 출근한다. 돈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점심 저녁을 회사에서 일하면서 해결하기 때문. 하드디스크나 CD롬 등 부품이 없을 때는 완성품을 뜯어 수리를 해줄 정도로 정성을 쏟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비축된 부품이 줄고 부품이 없어 방문한 소비자들이 투덜거리며 다시 발길을 돌릴 때는 안타까움이 직원들의 가슴 가득 밀려든다. 월 7백50만원의 사무실임대료를 내는 게 벅차 다음달부터 사무실을 절반규모로 줄이기로 했을 때는 모두 부둥켜안고 흐느꼈다.

그러나 수리된 컴퓨터를 받아든 고객들의 환한 미소를 생각하면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각오로 이를 꽉 물게 된다. 자신들의 AS가 녹슬어가는 1천5백대의 생산라인을 다시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것을 믿으면서.

〈선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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