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각-오수연-안도현 『글캐러 인도로 간 사람들』

  • 입력 1997년 7월 4일 08시 04분


『저의 슬로건은 「가는 데까지 가보자」였는데 인도는 정말 가는 데까지 가볼 수 있는, 가는 데까지 간 사람들이 사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아등바등거리며 살았나 하는 자책도 일어납니다』 인도를 유랑 중인 시인 안도현씨가 선배 문인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 그는 올봄초 직장인 학교에 사표를 냈다. 최근작 「연어」 이후 새로운 문학적 지평에 도전하기 위해 자유를 택한 그는 이번 인도 여행을 통해 그간 자신이 교실에서 배우고 교단에서 가르쳐온 우리 경쟁사회의 기본가치들을 전면적으로 반성할 기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귀국하는대로 이 명상들을 작품으로 옮길 생각이다. 인도 체험을 글로 쓰고자 여행을 떠나는 문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작가 오수연씨가 반년째 델리에 체류중이며 최성각씨가 생애 첫 장편을 위해 3일 출국했다. 봄에는 송기원씨가 히말라야 깊은 곳으로 떠났다. 지난해 엽편소설집 「택시 드라이버」로 8년의 공백을 깬 최씨는 이번 여행에서 인도 서북부 히말라야의 해발 2천m 라다크로 향한다. 이곳은 서구 물질문명을 반성하는 한 스웨덴 인류학자의 저술 「오래된 미래」의 배경이 된 땅. 지난해 나온 이 책은 문인 가운데 읽지 않은 이가 드물 정도로 큰 자극이 됐다. 최씨는 『침낭과 매트리스, 필기구 외엔 거의 아무 것도 지참하지 않는다』며 『되도록 도보여행과 야숙을 원칙으로 잃어버린 삶의 가치들을 곱씹어보는 여로가 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등산가이기도 한 그는 『라다크를 지나 안나푸르나봉에서 비박할 생각도 하고 있다』며 『여로에서 떠올린 생각들로 첫 장편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연씨의 인도행에는 선배 작가 강석경씨의 영향이 컸다. 십년 터울인 두 사람은 독신 여류이며 깔끔하고 진지한 성격이 닮아 짧은 시간에 친해졌다. 강씨가 인도 체험을 담은 장편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를 펴내고 3년여에 걸친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자 오씨는 올초 2년 예정으로 여장을 꾸렸다. 반드시 현지에서 장편을 탈고하리라는 게 그녀의 결심이다. 최근 들어 급속히 늘어난 문인들의 인도 행렬에는 박완서 김주영 이경자 구효서 김영현씨 등 수십명의 이름이 있다. 김영현씨는 『인도 여행을 통해 돈과 속도란 것이 무언지 되돌아보게 됐다』며 『땅 전체가 삶의 거대한 경전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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