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絃의 데이트』…「스페인교향곡」앨범 나와

  • 입력 1997년 7월 4일 08시 04분


끈적한 여름엔 상큼한 프랑스제(製)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자. 프랑스 작곡가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 제목 그대로 이베리아의 햇살과 같은 명쾌함이 가득차 있다. 생상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도 더위를 잊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뱃노래풍의 한가한 2악장은 일상의 복잡한 사념까지 멀리 날려버린다. 마침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이 내놓은 새 앨범(덴온)이 기다리고 있다. 헤수스 로페스 코보스가 지휘한 런던 필하모니 관현악단 협연. 느긋하고도 따스한 김지연의 특징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느긋함. 그의 달변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지연은 보통의 신세대 거장들처럼 곧잘 서둘지 않는다. 기교를 자랑하며 달려나가는 대신 표정이 넉넉하게 살아나기를 기다린다. 랄로의 첫악장부터 부피감과 기품이 배어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스함. 그가 가진 또하나의 미덕이다. 부풀고 숨죽이는 선율의 호흡을 잘 아는 까닭이다. 생상의 협주곡 3악장, 두번째 주제가 살짝 부풀어오르듯 고조되는 순간 언뜻 다가오는 희망과 같은 느낌. 프랑크의 소나타 등 그의 음반에서 종종 느낄 수 있는 김지연 특유의 따스함이다. 감정의 기복을 교묘히 엮어낸다는 점에서 김지연은 가장 낭만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중 하나이며 또한 프랑스 작품에서 그 미덕은 최고도로 발휘되고 있다. 덴온의 녹음은 명쾌하며 적당히 두터운 잔향 덕에 평소의 「차가움」도 찾아볼 수 없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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