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30)

  • 입력 1997년 7월 4일 08시 04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83〉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곁에 누운 신부의 목에서 꼴깍 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몸이 달아오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스무살이 된 그녀의 몸은 성숙할대로 성숙해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알몸을 한 채 남자 곁에 누워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나는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잠시 후 다시 한번 꼴깍 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마침내 공주는 내 귓전에다 대고 속삭였습니다. 『오, 성자님, 왜 저에게 성은을 내리지 않으십니까? 제가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숨소리마저 쌔근거리며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애잔하게 느껴졌던지 나는 가슴이 저미는 듯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나는 무어라 대답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오, 공주님! 당신은 짐작도 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사모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한 당신에게 제가 무례한 짓을 해야 하다니, 정말이지 이건 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또 이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잔이라면 어찌하겠습니까? 마실 수밖에요』 그리고 나는 공주 쪽으로 돌아누웠습니다. 오, 그러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그때까지도 나의 음경은 전혀 발기하지 않았고, 또 전혀 발기할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부 곁에 누워 있는 나는 오직 알 수 없는 애수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으니까 말입니다.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오늘 밤 안에 신부의 처녀를 찢어줄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자 나는 마음이 초조해졌고, 초초해지니 더더욱 나는 오그라들기만 하였습니다. 『오, 이 무슨 변고람? 이 일을 어쩌면 좋지?』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소리치며 나의 음경을 만져보았습니다. 그것은 무참하리만치 오그라들어 다시는 일어날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처녀는 곁에 누워 숨을 쌔근거리고 있건만, 나는 멀뚱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네. 아리따운 그 몸을 애무해주어야 하련만, 그 예쁜 입술에 입맞춰주어야 하련만, 왜일까, 왜일까, 내 가슴에는 온통 슬픔의 찬 파도만 일렁이네. 이 밤이 새면 다시 못볼 그대, 나는 그대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대 고운 몸뚱아리를 사랑할 수가 없네. 나는 마음 속으로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처녀는 내 쪽으로 획 돌아눕더니 와락 나의 품에 안겼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 예쁜 입술로 내 입술을 빨기 시작하였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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