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교묘한 언론플레이…불법선거 모금자료 사전공개

  • 입력 1997년 7월 3일 20시 14분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의 불법선거자금 의혹사건에 대한 청문회가 오는 8일로 다가온 가운데 미 정계에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스캔들을 감춰야할 당사자인 백악관측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속속 내놓고 있는 반면 사건 조사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측은 증거공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이 관련문서를 내놓지 않으면 의회 모독죄로 소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공화당이 이제는 백악관의 문서공개에 오히려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백악관이 화이트워터사건과 폴라 존스양 성추행의혹사건 등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효과적인 「스캔들 관리비결」을 터득했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비결의 핵심은 적(공화당)이 써먹기 전에 먼저 자신의 비리를 공개하는 「김빼기 작전」. 지난주 백악관은 AP통신에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해 선거기간에 직접 전화로 50만 달러를 모금했다는 「특종」을 넘겨줬다. 그러나 다른 언론들의 반응은 잠잠했다. 지난 2월 앨 고어 부통령이 같은 사례로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것과는 정반대의 반응이 나온 것이다. 백악관의 실망이 컸다. 이번에 「떠들고」 넘어가야 청문회에서 「약효」가 떨어지는데 너무 반응이 약하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또 지난달 3일에는 정치자금 모금에 관련된 마약거래 전과자 로저 탬러즈에 대한 브리핑을 자청, 그가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내고 클린턴 대통령과 만나 사업구상을 밝히자 백악관 수석보좌관이 정부관리에게 그의 사업을 도와주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불법정치자금과 이권청탁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열쇠인 이 사건을 청문회에서 터뜨리려고 아껴놨던 상원 조사위원회 프레드 톰슨 위원장(공화)이 펄펄 뛰었지만 백악관의 브리핑은 언론에 「평범하게」 보도되고 말았다. 백악관은 이밖에 △공개가 결정되면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양을 언론에 제공하며 △공개시기는 신문이 나오지 않거나 기자들이 쉬는 주말로 한다는 등의 전술도 구사하고 있다. 백악관 스캔들 담당 변호사 래니 데이비스가 적절한 전술을 선택, 일사불란하게 지휘를 한다. 이같은 백악관의 지능적인 작전탓에 불법선거자금 의혹사건이 「정치게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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