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TV공해」 선정성 폭력성에 베끼기까지…

  • 입력 1997년 7월 3일 20시 14분


요즘 TV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프로그램이 방송된 뒤 예상되는 부작용과 해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1주일 단위로 발표되는 시청률조사에서 윗자리 차지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케이블TV의 등장과 경제불황의 여파로 방송사간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공중파 TV의 시청률 지상주의가 극에 달한 느낌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시청률을 올리려면 프로그램에 섹스나 폭력장면을 많이 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모른다. 여기에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선정적 요소도 필요하다. 혹시 있을 수 있는 비난의 화살은 적당히 비켜가면 된다. 남녀의 불륜관계는 사랑으로 얼버무리고 폭력은 정의를 위한 수단으로 정당화한다. 외국 TV프로그램을 베끼는 행위조차 『남들도 다하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 TV의 폐해가 이만저만 심각하지 않다. 학교폭력만 하더라도 TV드라마의 과다한 폭력장면에서 영향받은 바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영된 뒤 학교폭력이 크게 늘었다는 얘기는 그냥 듣고 지나칠 일이 아니다. 다수의 시청자는 TV에 비친 가상현실까지 여과없이 수용한다. 심지어 TV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 그 막중한 영향력을 지닌 TV매체가 건강한 삶과 윤리를 좀먹고 있다면 이야말로 재난이다. ▼엊그제 한 TV사가 저녁시간에 난데없이 낯뜨거운 남녀 정사장면을 내보냈다. 불과 몇초였지만 우발적 사고로 보아 넘기기에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화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흐릿하게 보여줄 예정이었다지만 그런 그림을 준비한 것 자체가 우리 TV방송의 선정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죽하면 국회에 TV소위원회를 만들어 TV공해문제를 파헤치자는 주장까지 나올까. 방송사들의 「제정신 찾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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