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29)

  • 입력 1997년 7월 3일 08시 26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82〉 양 무릎을 세워 올린 채 활짝 가랑이를 벌린 자세로 침상에 반듯이 누워 있는 처녀를 굽어보며 노파는 속삭였습니다. 『오, 귀여운 공주님, 이제 자비로우신 성자님의 성은을 입어 마침내 공주님도 한 사람의 여자로 태어날 것입니다. 쓸데없이 앙탈을 부려 성자님을 피곤하게 하실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세요. 여자들이라면 누구나가 반드시 거쳐야 할 일이니까요』 다소 긴장된 얼굴을 하고 침상위에 누워 있는 처녀는 노파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그러한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던지 노파는 손을 내밀어 처녀의 코를 가볍게 당겨보았습니다. 그리고 노파는 나에게로 와 내 귓전에다 대고 속삭였습니다. 『우리 귀여운 공주님은 지금 성자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답니다. 성숙할대로 성숙한 처녀이니까요』 이렇게 말하고 난 노파는 곧 물러갔습니다. 노파가 물러가자 신랑은 침상 발치로 가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마음 속으로 외쳤습니다. 『오! 이건 알라께서 나에게 내려주신 저주야! 빤히 신랑이 지켜보는 앞에서 저런 아름다운 여자와 그 짓을 하도록 하신 것은 신이 인간에게 내릴 수 있는 최대의 고문이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시간을 지체하고만 있으려니까 밖에서 동태를 살피고 있던 노파가 안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던지 다시 침실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습니다. 『오, 거룩하신 성자님, 제발 우리 귀여운 공주님께 은총을 베풀어주십시오. 저 탐스런 젖가슴이며, 실한 허벅다리며, 어디 하나 성자님께서 은총을 내리시기에 모자라는 데가 있습니까? 오늘밤 성자님께서 성은을 베풀어주시지 않으시면 공주님은 노예로 팔려가야 한답니다. 그리고 신랑은 평생을 두고 두번 다시 여자를 얻을 수 없답니다』 이렇게 말하는 노파를 향하여 나는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제서야 노파는 안심이 된 표정으로 물러났습니다. 노파가 물러나자 내시 한 사람이 들어오더니 나의 옷을 벗겨주었습니다. 내시가 나의 옷을 벗기고 있는 동안에도 저만치 침상위의 처녀는 양 무릎을 세워 올리고 가랑이를 벌린 채 누워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노파가 말했던 것처럼 처녀는 더없이 탐스런 몸매와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왠지 그녀의 그런 모습마저도 애잔하게만 느껴져 눈시울이 달아오를 지경이었습니다. 나의 옷을 벗겨주고 난 내시는 총총히 물러갔습니다. 그때까지도 신랑은 침대 발치에 무릎을 꿇고 앉아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나에게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던 것입니다.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한 채 침상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신부 옆에 누웠습니다. 내 곁에 누워 있는 신부는 그러고보니 가늘게 떨고 있었습니다. 나 또한 몸이 떨려 오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한동한 그녀 곁에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을 뿐이었습니다. 우리가 누워 있는 침상 발치에는 무릎을 꿇은 신랑이 우리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신랑에게 자리를 좀 비켜달라고 부탁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부탁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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