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용복/카자흐「韓人할아버지」유해,고국 모시자

  • 입력 1997년 7월 2일 07시 53분


카자흐공화국의 잠불시(현 타라스시)공동묘지에 한 한국인 할아버지가 잠들어 계신다. 전용일씨. 전씨는 강원도에서 부인과 딸 세식구가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신탁통치 발표가 들렸다. 일본에 나라를 뺏겼던 것도 억울한데 신탁통치는 참을 수 없어 동지들을 규합, 평강공설운동장에서 반탁 시위를 하다 체포됐다. 수감생활을 마친후에도 시베리아에서 낮에는 벌채와 송진 채취, 밤에는 취조와 구타를 당하는 유형생활을 7년간 더하게 된다. 이 기간중 6.25가 터져 외손녀는 폭격으로 죽고 아내는 장티푸스로 사망한다. 단란했던 가정은 무참히 파괴됐다. 노년기에 접어들어 비로소 자유를 찾은 그분은 카자흐공화국 잠불에 정착하면서 수형기간 중의 부상에 시달리며 러시아어 사용거부, 정치범이라는 이유로 외로운 노후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무궁화를 발견, 묘목을 얻어 카자흐공화국에 무궁화를 보급하는 것으로 조국에 대한 향수를 달랬다. 지금 알마아타 한국어교육원을 비롯한 카자흐공화국에는 그분이 보급한 무궁화 5백여주가 자라 꽃을 피우고 있다. 한을 안은 그분은 지난해 10월 94세로 돌아가셨다. 조국땅에 묻히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다. 저 세상에서 만큼은 외롭지않게 고국봉환길은 없는지 안타깝다. 김용복(대전엑스포기념재단 사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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