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넷]정보산업 「女風지대」…대기업서 벤처기업까지

  • 입력 1997년 7월 2일 07시 53분


삼성전자의 유아용 컴퓨터 「피코」 그래픽개발팀의 인원은 모두 5명. 이 중 4명이 20대 여성이다. 피코는 「그림책을 대신하는 저가형 컴퓨터」로 지난 95년 발매된 후 22만대가 팔리는 선풍을 일으켰다. 이들의 임무는 피코의 초기화면같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소프트웨어의 그림 제작. 팀장 이주연씨(29)는 『그래픽업무가 여성 특유의 섬세한 터치를 요구하는데다 유아용 컴퓨터제작에는 아이의 심리를 잘 이해하는 주부가 유리하다』고 말한다. 실제 이 팀에는 애기 엄마가 셋이나 된다. 소프트웨어 게임 인터넷 등 정보통신분야는 다른 제조업보다 「우먼파워」가 거세다. 사무직 노동이 대부분이고 힘을 써야 하는 「험한」 작업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끈질긴 지구력을 요구하는 정보통신의 특성 때문이다. 활동적인 여성들은 직장에서 남성 고유의 업무영역까지 파고들어 능력을 발휘한다. 대기업 관리직을 남성이 독차지하는 것은 이제 옛날 얘기. 모험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벤처기업까지 맹렬여성들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인트라넷전문업체인 버추얼아이오시스템의 서지현사장(33)도 그중 한사람. 서사장이 창업한 것은 지난 91년. 프로그래머 출신인 그는 처음 몇년은 견디기 힘들만큼의 서러움을 겪었다. 손수 개발한 인트라넷제품을 들고 발이 닳도록 대기업을 찾아다닌지 4년만인 지난 95년부터 대우전자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의 수주를 따내면서 확실한 기반을 잡았다. 지난해엔 인트라넷 제품 하나만으로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데이콤시스템테크놀로지의 유소란부장(38)은 남성 위주의 대기업조직에서 고속승진을 거듭해온 여성이다. 지난 82년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데이콤공채1기로입사한후 줄곧 행정전산망시스템개발 주민시스템개발 데이콤영업지원시스템개발 등 굵직한 프로젝트 개발팀의 주역으로 일해왔다. 현재는 증권예탁시스템개발팀의 기술지원부장으로 근무중이다. 유부장은 3D업종으로 꼽히는 개발팀에서 20∼30명의 남자직원들을 거느리며 밤샘도 마다하지 않는 소문난 일꾼. 『여자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려면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한글과컴퓨터의 장인영씨(29·상품개발팀)는 이 회사 프로그램개발팀의 주역중의 한사람. 프로그램의 구상에서 상품화까지 고집센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일의 방향을 조타하는 것이 장씨의 업무다. 국내 워드프로세서시장을 휩쓸고 있는 「▦글2.5」 「▦글3.0」 「▦글96」 등 ▦글시리즈가 모두 장씨의 손을 거쳤다. 지난해 결혼후엔 『신혼이니 집에 일찍 들어가라』는 상사의 배려도 『무슨 말씀』하며 거부했단다. 신혼에도 밥먹듯이 자정을 넘겨 이제는 누구도 집에 들어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정보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업무영역에서 남녀의 능력차이는 사라진다. 전통적인 「남존여비」 사고방식과 남성위주의 기업문화풍토에 젖어있는 우리사회도 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능력이 떨어지고 자기관리가 소홀한 남성들은 여성 상사 밑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날이 머지않았다. 〈김홍중·나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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