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아버지」 소설「도끼」,베스트셀러 『인기』

  • 입력 1997년 7월 1일 20시 11분


버크 드보레(51)는 미국에서는 드물게 한 회사에서만 16년간 생산감독으로 일해온 종이의 베테랑. 그는 한눈에 종이의 성분이 무엇인지 구별할 수 있는 전문가다. 하지만 미국 전역에 불어닥친 인원감축의 바람이 자신에게 미칠 줄은 예견치 못했다. 한창 돈이 들어가는 10대의 두 자녀, 꼬박꼬박 물어야 하는 주택대출금 이자. 갑작스런 실직을 한탄하고만 있을 수 없어 여러 제지회사에 원서를 내보았지만 그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다. 그는 방향을 바꿔 잡지에 스스로 「굴지의 제지회사가 사람을 구합니다」는 광고를 낸다. 좋은 고용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최종 「면접」 대상은 여섯명. 버크는 주소를 보고 직접 응모자의 집으로 찾아간다. 선친이 2차대전 참전기념으로 남겨놓은 루가권총을 차고서. 그는 마침 집밖으로 나오는 첫 대상자를 향해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이제 다섯명…. 유례없는 호황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서 생산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실직당하고 있는 미국 중년남성의 얘기를 다룬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새 스릴러 「도끼」가 미국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 「도끼」를 「이 주일의 책」으로 선정했다. 여섯명만 해치우면 취직될 수 있다고 믿었던 주인공의 비상식적인 살인동기와 자동화에 의해 생산노동자들이 당했던 것처럼 컴퓨터에 의해 「대량 학살」당하고 있는 중간관리자들의 운명이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힘. 『사장들이 그런 것처럼 나도 전혀 죄의식이 없다』는 주인공 버크의 독백은 중년에게 닥친 해직이 살인과 같다는 뜻으로 들린다. 〈워싱턴〓홍은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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