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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윤후명/「여우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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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윤후명/「여우사냥」

입력 1997-07-01 08:08수정 2009-09-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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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여자가 과연 J일까」「J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 「아으 다롱디리1,2」. 떠나간 J를 그리워하고 또 언젠가는 J를 찾아 불현듯 낯선 길을 떠날 소설가 윤후명씨(51). 그가 또 한번의 여로에 앞서 창작집 「여우사냥」(문학과 지성사)을 냈다. 윤후명은 늘 「여기 나」로부터 떠나려 한다. 『소설은 기실 떠남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자기로부터, 여기로부터 떠나보는 겁니다. 떠나야만 자기성찰이 가능하니까요』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다. 백제의 땅 부여, 동해의 외로운 섬 독도에서 러시아 프랑스 대만 체코 등 먼 이국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떠났다 다시 돌아와 담담하게 삶의 내면을 되돌아보고, 그리곤 또 떠난다. 왜 자꾸 떠나는 걸까. 『사랑을 찾아서죠』 외로움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사랑을 낳는다. 그에게 이 외로움은 자아 탐구이고 이것의 완성이 바로 사랑이다. 여로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 사소한 풍경에서도 먼 옛날 아련한 사랑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그 추억과 함께 인간 존재의 운명적인 고독, 근원적인 그리움이 안개처럼 밀려든다. 뿌연 안개는 어느새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하지만 조심스레 발을 옮기다보면 저멀리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무언가,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 같은 게 있다. 윤후명 소설의 여운은 그래서 안개보다 더 진하다. 『서론 본론 결론이 있는 단선적 소설은 복잡다기한 세상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고 봅니다. 소설가가 삶의 결론을 내릴 만큼 위대한 인물도 아니구요』 소설은 물음이지 결론이 아니라고 한다. 나는 여기 왜 있는가.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구가 아쉬웠던 우리 문단에서 그는 20여년째 줄곧 이를 추구해 왔다. 그래서 마음 고생도 많았고 그만큼 자기만의 소설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저곳의 타인」에서 「이곳의 나」를 찾기 위해 그는 곧 쿠바와 멕시코로 떠날 예정이다. 요즘 다시 손에 잡은 「장자」를 옆에 끼고. 떠나기 앞서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몹시 불거나 눈비가 칠 때 정인(情人)을 찾아가듯 문학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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