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삐삐 좀 불러주세요』…PC통신 게시판등 호소

  • 입력 1997년 7월 1일 08시 08분


아무한테서도 삐삐호출이 오지 않은 지 벌써 며칠째. 수신된 삐삐가 없음을 나타내는 「00」이란 숫자처럼 마음도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누구는 하루에도 삐삐를 20개씩이나 받아 「FULL」이란 글자도 찍히던데…. 쉬는 시간에 삐삐 메시지를 확인하러 학교에 몇 대 없는 공중전화로 쏜살같이 뛰어가는 친구들이 부러울 뿐이다. 일명 「잠자는 삐삐」 「얼어있는 삐삐」의 주인들이 갖는 공통된 심정. 견디다 못해 PC통신 게시판에 호소한다. 「제발 삐삐 좀 쳐주세요. 장난도 좋아요. 그냥 심심해서 치셔도 다 좋아요. 제발 015―8442―×××× 기억해주세요」. 상부상조의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도 많다. 「곤히 자고있는 제 삐삐를 깨워주세요. 물론 저도 삐삐 쳐드립니다」. 친구들에게 외면당하는 「썰렁한」 삐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톡톡 튀는 인사말은 기본. 한창 뜨는 인기가요나 멋진 음악을 배경으로 한 인사말을 수시로 바꿔야 한다. 유명인이 대신 녹음해준 삐삐 인사말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0순위. 신세대아나운서 최은경씨는 특유의 매력적인 고음으로 매주 한두명씩 삐삐 인사말을 녹음해준 지 벌써 석 달이 됐다. 맘에 들 때까지 몇 번씩이나 고쳐가며 녹음해주는데 남학생들의 부탁이 특히 많다고. 〈윤경은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