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너를 증오한다』…부모는 허리휘고 자식은 진빠지고

  • 입력 1997년 7월 1일 08시 08분


《『아리 아리 아리 공부고개를 오늘도 넘어간다. 음악 미술은 저리 미뤄두고 국 영 수를 우선으로 해야 아리 아리 아리 인정받고 일류대학으로 간다…』 ―「젝스키스」의 「학원별곡」중에서》 『뭘하다 이제 돌아와, 선생님 기다리시는데. 남들 다 대학갈때 너 혼자 낙오자돼 인생 망칠래?』 여고 2학년 진영(서울 강남)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한테 꾸지람을 듣는다. 『어쩌면 노래가사와 우리엄마 잔소린 똑같을까. 내 귀에 꽂은 이어폰 소리가 너무 커서 들렸나?』 엄마는 진영이가 2학년이 되고 나서부터 난리도 이만저만 아니다. 학원갔다 오는 길에 친구들과 잠깐 얘기한 것 뿐인데…. 진영이는 과외선생님이 기다리는 자기방으로 얼른 들어와 공부하는 척 한다. 하지만 과외선생님 설명은 멀리서 메아리치고 머리엔 딴생각만 가득. 진영이의 하루는 과외의 연속이다. 새벽강의, 학교수업, 학원, 다시 혼자 배울 수 있는 「독선생」과외. 이때쯤이면 파김치가 된다. 진영이는 수업중에 눈뜨고 자는데 도사다. 이번 선생님도 얼마 못갈 것같다. 엄마들은 왜 비싼 과외를 받으면 성적이 단번에 오른다고 생각할까. 어디 과외는 나만 하나. 고3인 영철(서울 강북)이는 요즘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지난달부터 그동안 다니던 학원선생님에게 과외지도를 받고 있다. 학원만으론 부족하니 별도 집중교육이 필요하다고 학원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를 건 것. 불안한 엄마는 당장 OK사인을 보냈다. 학원선생님은 강의가 쉬워 아이들이 몰리는 「뜬강사」. 하지만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학원강의 할 때와 과외 가르칠 때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요즈음엔 피곤하다고 문제풀고 있으라고 해놓곤 들여다보지도 않는 날도 부쩍 늘었다. 한가지 과외선생님이 맘에 드는 것은 가끔 CD를 사주는 것이다. 내가 CD를 고를 때 옆에서 『이적은 서울대를 다니고 박진영은 연세대, 신해철은 서강대…』라고 스트레스를 주는 점만은 빼고. 중3인 지혜(서울 강남)도 과외 때문에 고민인 것은 마찬가지. 올해부터 연합고사가 없어져서 좋아했다. 하지만 「천만에 만만에」 착각은 자유. 더 무서운 내신성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과목을 다 과외받아야 할 판. 과외 4탕을 뛰는 애들도 많다. 지난 일요일 지혜는 아파트 단지안에 있는 고등학교 운동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반 애들 몇명이 체육과외를 받고 있었다. 사촌언니는 돌도 안지난 조카를 영어학원에 보낸다. 조카가 불쌍하다. 아무튼 일찍 태어난 게 그나마 다행이다. 과외. 지긋지긋한 과외. 1318들은 정말 과외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그러나 이젠 과외 없는 나라로 유학가기도 힘들다. 어차피 이땅에서 살려면 과외를 안할 수가 없다. 1등부터 자칭 포기한 「자포맨」까지 학원강의나 과외 안받는 애는 하나도 없다. 누구나 뭘 하든지 한가지 이상 과외는 한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자기들끼리 죽어라 「전쟁」을 하고, 공부 못하는 애들도 끼리끼리 모인다. 요즘엔 학원보다 개인과외를 받는 애들이 더 많다. 왜 이렇게 됐을까. 과외 안하고는 공부가 안되는 걸까. 1318들은 골치가 아프다. 그리고 외친다. 『공부? 과외? 몰라 아무도 몰라 우리자신도 몰라』 〈전 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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