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정경화,브람스 바이올린소나타집서 과감한 활긋기

  • 입력 1997년 3월 13일 08시 35분


[유윤종 기자] 『젊은 감각의 정경화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연주 인생 30년을 맞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최근 EMI레이블로 내놓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집(1∼3번)을 접하고 음악애호가들은 이렇게 탄성을 발했다. 그동안 많은 평론가들이 50대로 들어선 정경화의 원숙미를 지적해 왔다. 정경화 스스로도 『20대에는 높게 뽑히는 소리에만 황홀해 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여유를 갖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연주자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그간 많은 경험을 겪은 정경화는 분명 한층 성숙해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페더 프랭클의 피아노반주로 녹음된 「브람스 소나타집」에서는 50대의 풍성함속에서도 20대의 열정이 오히려 두드러져 보였다. 1번 G장조 1악장의 나지막이 두드리는 듯한 리듬부터 특유의 매력적인 음색은 곳곳에 모습을 보인다. 콧소리와 같이 소리끝을 여리게 감추는 표정이나 음악이 고조되면서 활긋기가 점점 더 과감해지는 모습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찬찬히 뜯어보면 50대다운 「여유」마저도 으뜸가는 인상이 아님을 알게 된다. 1번 1악장의 첫 주제가 종소리같은 피아노의 반주속에 재현될 때 숨이 서서히 가빠지는 듯한 고조의 순간이 다가 온다. 여기서부터 정경화의 연주는 시종일관 다른 연주보다 템포를 조여주는 듯 느껴진다. 이유는 무엇일까. 듣는 사람이 체감하는 연주의 속도란 물리적인 시간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주가가 거는 감성의 마법이 작용했음에 틀림없다. 아마 그 「마법」은 50세의 정경화가 놓치지 않고 지닌 꿈과 야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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