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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비만의 도서관」…표절로 파멸돼가는 예술혼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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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비만의 도서관」…표절로 파멸돼가는 예술혼 그려

입력 1997-03-13 08:18수정 2009-09-27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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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태기자] 모조품들에 의해 조롱당하고 포위당한 예술혼이 소멸돼가는 비애를 그린 작품. 그간 표절을 다룬 많은 소품들이 관념적인 야유만을 늘어 놓았지만 이 소설은 다르다. 작가의 영화판 경험들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아도 될 육체를 가지고 있다. 유학에서 돌아온 영화학도 부준화는 생활 방편으로 상업 시나리오들을 만든다. 제작 방법은 자신이 구상, 아내가 세부 이야기를 작성하는 것. 시나리오의 완성을 보는 날 아내는 기묘한 정사를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이후 부준화에게 나타난 여인은 표절로 국전 그랑프리가 취소된 오연희. 부준화는 표절 딱지를 떼고자 백방으로 힘쓰던 그녀의 그림을 위해 모델이 된다. 나체로 전기쇼크를 당한다. 『남자의 표정은 지독했다. 고통에 찬 눈과 벌린 입에서 들려오는 듯한 절규, 일그러진 얼굴의 작은 근육들, 분노 같은 것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부준화의 고통을 보고 울던 그녀의 그림은 또 한번 표절로 판정난다. 한 술집의 바텐더가 행복에 겨운 웃음을 지은 사진을 모방했다고 한다. 『…어째서 가장 괴로운 모습이 웃는 모습과 같은 것일까』 부준화는 자기 작품을 쓰고 싶어 하는 아내를 떠나 보내고 오연희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져만 간다. 분방한 여성편력들,「충무로」의 현실 등 솔깃한 이야기를 스치듯 짚어가면서도 긴 비애의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지은이는 62년생, 한국외국어대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영화수업을 했다. 최근 개봉된 영화 「용병 이반」을 비롯, 「결혼 이야기」 「깡패수업」 등 영화 시나리오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다. 김대우지음(민음사·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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