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 옛글 백가지」

  • 입력 1997년 3월 13일 08시 18분


[김경달기자] 신라시대에 최치원이 황소를 겨냥해 띄운 격문부터 조선시대 이이가 어머니인 신사임당의 생애에 대해 쓴 글 등 선조들의 명문 1백편이 담겨있다. 임춘 이규보 김시습 박지원 등 당대 문필가들이 망라된 이 글들은 형식도 「죽부인전」과 같은 가전체 소설부터 애첩의 죽음을 슬퍼하는 제문, 일본 국왕에게 답하는 국서,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그린 수필, 상소문 기행문 등 다양하다. 이규보가 쓴 「뱃삯과 뇌물」편. 똑같은 뱃삯을 냈어도 뇌물(술)을 준 사람에게는 뱃사공이 배를 빨리 저어 강물을 건너게 해주는 것을 보고 바다와 같은 험난한 벼슬길에서는 오죽하랴며 한탄하고 있다. 조선 경종때 좌의정을 지낸 이건명(1663∼1722)이 찢어진 그물을 잘 기운 것을 보고 당시 시대상과 견주어 쓴 글은 3백여년이 지난 작금에도 적용될 법하다. 『오늘날, 그물의 벼리와 그물코 같은 나라의 기강이 모두 해이해졌는데 구제할 희망이 없다고 내버려두고 돌보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을 가다듬고 천천히 손쓸 곳을 찾아서 얼굴빛이나 말에 자신의 표정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자기가 할 일의 순서를 찾아 해이해진 기강을 정돈하는 자는 없을까』 이외에 생육신으로 운명을 함께 한 매월당 김시습과 추강 남효온 사이에 「술을 끊지 말라」 「절제를 못하고 정신을 잃으므로 끊어야겠다」는 내용을 주고받은 편지글 등이 함께 실렸다. 역자는 민족문화추진회 및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한 「조선왕조실록」의 번역사업에 참가, 20여편의 고전을 번역했다. 역저로 「회강집」 「어제의 강산, 오늘의 산하」 등이 있다. 조면희 옮김(현암사·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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