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23)

  • 입력 1997년 3월 12일 08시 04분


코멘트
제7화 사랑의 신비 〈9〉 『말하는 새, 노래하는 나무, 황금빛의 물, 그렇지만 할머니, 이 세상에 그런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파리자드가 물었다. 그러자 노파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있고말고요. 물론 그것을 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요』 그러자 파리자드는 억제할 수 없는 호기심을 느끼며 물었다. 『그렇다면 할머니, 그 세 가지 유례 없는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그 장소를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 세 가지 진귀한 보물은 인도 변경 어느 험준한 산에 있답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마침 당신이 살고 계시는 이 영지의 뒤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만약 그걸 찾기 위하여 누군가를 보내시려면 이 길을 따라 가라고 하십시오. 이 길을 따라 스무날 동안을 가서 스무 하루째 되는 날 최초로 만난 사람에게 물어보도록 하십시오. 말하는 새와 노래하는 나무와 황금빛 물이 어디에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그것에 대하여 자세히 가르쳐줄 것입니다. 오, 친절하신 우리의 주인님. 축복받은 분이여! 당신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위해 아무쪼록 그 세 가지 진귀한 보물을 순조롭게 얻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렇게 말한 노파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떠나버렸다. 축복의 말을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처음에 파리자드는 노파가 한 말이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파가 말한 그 세 가지 보물 따위는 잊어버리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그 영묘한 물건을 갖고 싶다는 마음은 더욱 강해질 뿐이었다. 파리자드는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정원 구석구석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토록 아름답기만 했던 정원은 이제 더 이상 아무 매력도 없고 따분하게만 느껴졌다. 새들의 노랫소리마저도 귀찮고 시끄럽기만 했다. 파리자드는 가슴 속에 밀려든 알 수 없는 공허감과 슬픔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가로수 길을 혼자 걸었다. 저녁 때가 되어 두 오빠가 사냥에서 돌아와 보니 누이동생이 보이지 않았다. 여느 때 같으면 재스민 시렁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 누이동생이 말이다. 두 오빠는 은근히 걱정이 되어 누이동생을 찾아 나섰다. 누이동생을 찾아 영지 안을 돌아다니던 두 오빠는 가로수 길 모래 위에 엉겨붙은 진주를 발견했다. 그것은 누이동생이 흘린 눈물 자국이었다. 그걸 보자 두 오빠는 소리쳤다. 『오, 우리 동생이 눈물을 흘리다니? 누이동생을 슬프게 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 두 오빠는 눈물 자국을 따라가다가 길이 끝나는 숲 속에서 혼자 울고 있는 누이동생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누이동생에게로 달려가 그녀의 이마에 입맞추고 어깨를 어루만져 주며 물었다. 『네가 울고 있다니, 파리자드. 대체 어찌 된 일이냐? 어서 말해 보아라』 그러자 파리자드는 가득히 눈물 고인 눈으로 말했다. 『오, 오빠! 난 이제 이 정원이 싫어졌어요. 모든 것이 공허하게만 느껴진단 말이에요. 여기는 말하는 새도 노래하는 나무도 황금빛 물도 없어요』 <글:하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