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런 검찰,「박경식씨 주장」 진상조사

  • 입력 1997년 3월 11일 19시 45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의 각종 공직인사개입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검찰은 곤혹스런 상황에 빠져 있다. 특히 김대통령의 주치의 출신 朴慶植(박경식·46)씨가 11일 『현철씨와 한보그룹 鄭譜根(정보근)회장이 한번밖에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더욱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박씨의 주장은 지난달 21일 현철씨를 소환, 밤샘조사한 끝에 『현철씨와 정회장이 한 차례만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 검찰의 발표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수뇌부는 『현철씨와 정회장이 각별한 사이이며 서울 R호텔 헬스클럽 회원권을 비슷한 시기에 함께 구입해 이용해 왔다』는 박씨의 주장이 한 석간신문에 보도되자 즉각 구수회의를 갖고 진상조사방침을 밝혔다. 이날 오후 2시반경 崔炳國(최병국)대검중수부장이 崔明善(최명선)대검차장의 호출을 받고 5분여동안 대책을 숙의한 뒤 함께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실로 가 구수회의를 가졌다. 최중수부장은 김총장실을 나선 직후 박씨 주장 가운데 현철씨와 정회장의 친분관계에 대한 부분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이처럼 검찰수뇌부가 즉각적으로 진상조사방침을 정한 것은 박씨가 한때 현철씨와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박씨의 주장이 최소한 「새빨간 거짓말」은 아닐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박씨의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상황에서 이를 『전혀 근거없는 말』이라고 일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최중수부장은 특히 『박씨의 말대로라면 정회장이 현철씨에게 호텔 헬스클럽회원권을 사줬다는 말인데 이는 간단하게 볼 수 없는 문제』라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철씨의 한보대출개입의혹을 그대로 넘어갈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해 전면재조사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다만 최중수부장은 인사개입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당장 손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사개입문제는 해당정부기관에서 문제가 된 공직인사에 대해 자체조사를 벌여 있는 사실대로 밝히면 될 문제이지 모든 책임을 검찰로 떠넘기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 검찰로서는 최소한 「현철씨가 인사개입 과정에서 누구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정도의 범죄혐의가 불거져 나와야 수사착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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