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과학]홍영남/호르몬제…약효 빠르나 장기복용금물

  • 입력 1997년 3월 11일 08시 35분


문명의 이기속에서 편안하게 살게 된 인간이 무병장수를 꿈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이로니컬하게 가끔 등장하는 만능의 신약 때문에 물의가 생기는 것은 왜일까. 최근 신비의 물질로 알려진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그 중 하나다. 멜라토닌은 사람의 뇌 깊숙이 위치하고 있는 완두콩만한 송과선(松果腺)에서 분비하는 아미노산이 변형된 화학물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멜라토닌의 효과는 첫째, 멜라닌 세포에 작용하여 색소를 생성하게 한다. 머리털색이나 오징어의 먹물이 바로 이 색소 색깔인 것이다. 둘째, 일주기(日週期)와 관계가 있다. 모든 생물은 나름대로 일주기에 따라 행동과 생리변화가 조절되고 있다. 낮에는 멜라토닌의 양이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현저히 줄어들다가 밤이 되면 그 양이 상당히 많아진다. 그러므로 멜라토닌은 낮의 길이 변화에 따라 생리작용을 조절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시 시차 때문에 고생할 때 멜라토닌을 수면제로 복용하면 쉽게 잘 수 있고 낮과 밤이 뒤바뀐 생체리듬을 빨리 바꿀 수 있다. 또한 다른 호르몬과 약의 수용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순간적으로 생리활성이 높아져 기분이 상쾌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멜라토닌이 기적의 호르몬은 아니다. 멜라토닌은 또 포유동물의 생식활동과 관계가 있다. 만약 쥐를 장시간 빛에 노출시키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 생식의 준비자세를 갖게 된다. 생물체는환경의변화, 즉자극에 대해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반응은 체내의 화학물질과 신경 사이의 즉각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이때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이 바로 호르몬이다. 호르몬은 온몸을 순환하면서 아주 낮은 농도로 강력한 효력을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체외에서 필요 이상으로 호르몬을 과다투여했을 경우 쉽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짧은 시간에 호르몬이 다량으로 분비되면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호르몬제를 복용하면 속효를 볼 수 있어서 신비롭게 느낄 수 있으나 장기복용은 위험하다. 호르몬은 대부분 그 활성이 한 시간을 넘지 못하며 보통 표적세포를 자극한 후 곧 분해된다. 정상적인 사람은 환경의 큰 변화가 없다면 스스로 적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필요 이상의 약물투여는 정상적인 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약이란 어디까지나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므로 약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다. 보약도 마찬가지로 약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홍영남<서울대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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