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고위관리 워싱턴방문 의미]『美서 특별대우』자신감

  • 입력 1997년 3월 10일 20시 10분


[워싱턴〓홍은택특파원] 8일밤 워싱턴에 첫발을 내디딘은 북한 최고위 관리인 金桂寬(김계관) 외교부부부장 일행은 10일부터 미국 각계인사들과의 접촉에 들어간다. 북한대표단은 당초 4자회담 공동설명회와 北―美(북―미) 준고위급회담에만 참석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워싱턴 방문은 「보너스」 성격이 짙다. 한국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았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북한대표단은 한국이 주도한 4자회담 공동설명회 참석을 유일한 명분으로 삼고 미국방문길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과의 대화를 극력 거부하고 있는 강경파를 설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대표단은 미국과 대화를 연장시킨다는 「은밀한 목적」을 갖고 있었으며 워싱턴 방문을 결과에 관계없이 목적 달성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한국 정부를 의식,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북―미관계 개선이 없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어 북한의 의도대로 워싱턴방문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의 면담 등 미국 고위관리들과의 「의미 있는 만남」은 성사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측은 미국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하원 의원 3, 4명과의 접촉, 민간 대외정책 연구소인 「애틀랜틱 카운슬」 주최 세미나 참석 등을 통해 북―미 관계 개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92년 韓―中(한―중)수교와 94년 제네바 합의에 상응하는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설득을 시도하면서 한편으로 식량 원조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 타진하는 게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부부장은 차관이라는 높은 직위 때문에 운신의 폭이 제한돼 있다. 그러나외교부미주국부국장인 이근은 미 국무부와의 「자유로운」 접촉을 통해 임박한 북―미간 연락사무소 교환에 따른 부지 선정을 비롯, 미국과 실무적인 문제들을 폭넓게 논의, 나름대로의 결실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을 초청한 애틀랜틱 카운슬측은 민간연구소임에도 이번 방문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성격을 띠고 있는 점을 감안, 공식적으로는 11일 세미나 일정까지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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