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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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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21)

입력 1997-03-10 08:16수정 2009-09-27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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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사랑의 신비〈7〉 아내가 죽자 정원사는 더 이상 그 집에서 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왕을 찾아가 금원의 정원사직을 그만두고 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왕은 충직된 신하인 정원사가 자신의 곁을 떠나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 여러가지로 설득해 보았다. 그러나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가 죽은 뒤 정원사는 부쩍 늙어버려서 매사에 의욕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왕은 정원사의 사직을 수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왕을 배알하고 돌아오면서 정원사 또한 마음이 아팠다. 평생을 두고 자신이 가꾸어 왔던 금원을 이제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런 것보다 더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그가 본 왕의 얼굴이었다. 지난 수년 사이에 왕 또한 부쩍 늙어 있었던 것이다. 세 아이를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아내마저 감옥에 가두지 않을 수 없었으니 왕은 말 못할 마음의 병을 간직한 채 세월의 찬바람 속에 근근이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원사가 사직을 하고 돌아온 뒤 사흘째 되는 날 왕은 정원사에게 도시 가까이에 있는 넓은 영지를 하사하였다. 그리하여 정원사는 세 아이들을 데리고 그 영지로 이사를 했다. 그들이 이사한 영지에는 넓은 경작지와 숲과 초원과 호수가 있었다. 그리고 훌륭한 가구들이 갖추어진 커다란 저택과 정원사 자신이 젊은 시절에 설계를 하고 가꾸어 놓은 정원이 있었다. 그 정원에는 높은 담이 둘러쳐져 있는데 거기에는 온갖 색깔의 새와 야생 혹은 길들인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십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왕은 이 정원을 좋아하여 틈만 나면 혼자 찾아와 머리를 식히곤 했었다. 바깥 세상과는 다소 두절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왕은 그곳을 「은둔의 영지」라고 불렀다. 영지를 둘러보면서 정원사는 이런 훌륭한 영지를 자신에게 내려준 왕의 자비로운 마음씨에 다시 한번 마음 속 깊이 감사를 드렸다. 정원사는 조용한 은둔생활로 그의 말년을 보냈다. 말없이 혼자 정원을 가꾸거나 양녀인 파리자드의 부축을 받으며 화원을 산책하거나 석양이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 있거나 하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그러던 어느 가을, 그는 세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기 전에 그는 『위대하신 신 알라 이외에 신 없고, 모하메드는 신의 사도임을 증명하노라』하고 말함으로써 신앙 고백을 한 뒤, 어린 딸 파리자드를 두고 떠난다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던지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말했다. 『어둠 속에서 내가 이 아이의 길을 인도하게 해 주소서!』 이런 말을 남긴 정원사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뜨지 못했다. 그의 양자들의 출생 비밀을 마음속 깊이 묻어둔 채 말이다. 하긴 그 자신도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그가 눈을 감자 은둔의 영지에서는 비탄에 찬 소년 소녀들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그들 삼남매는 슬픔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정원사의 주검을 영지 한쪽에 묻어주고 비석을 세운 뒤 그 일대에 갖가지 꽃을 심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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