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洞사무소]말단 행정기관서 「복지센터」탈바꿈

  • 입력 1997년 3월 10일 0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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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기자] 지난해 말 꽃꽂이강사 자격증을 딴 주부 成德仙(성덕선·44·서울양천구 신월5동)씨는 요즘 부업으로 꽃가게를 열 꿈에 부풀어 있다. 성씨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꽃꽂이 기술을 배운 곳은 문화센터가 아니라 동네 동사무소. 『진작부터 기술을 배우고 싶어도 엄두를 못냈는데 동사무소에서 주민강좌를 열어줘 고민이 해결됐어요. 집에서 가깝고 일반학원보다 훨씬 싸게 배울 수 있으니 더 바랄게 없지요』 주민등록 등초본 등 각종 서류를 발급받을 때가 아니면 갈 일이 없던 동사무소가 민선자치시대 이후 이처럼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와 문화 복지의 요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2동사무소. 민원실 절반가량의 공간 바닥에 데코타일이 깔리고 유리탁자 10여개와 소파, 음료 자동판매기가 놓여 있다. 커피숍같은 분위기의 이 「민원인 사랑방」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주부 金明子(김명자·48)씨는 『주변에 가벼운 모임을 할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았는데 동사무소에 이런 곳이 생겨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문을 연 이 사랑방에는 하루 50여명의 주민들이 찾아와 약속장소나 휴식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양천구는 20개 전 동사무소에 「주민 문화복지센터」를 개설해 동별로 2,3개의 강좌 취미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한햇동안 양천구 각 동사무소에서 열린 영어회화 종이접기 등 취미교실을 수강한 주민은 모두 7만7천여명. 동작구도 지난 1월부터 20개 전 동의 동장실을 아예 없애고 그 자리에 컴퓨터 어학실습기 등을 갖춘 「지역문화센터」를 만들고 있다. 주민들이 부르면 동직원이 달려가는 「5분 대기조」 서비스도 늘고 있다. 강북구 미아6동은 장애인이나 몸이 불편한 주민이 급히 외출할 때 전화로 신청하면 차량을 보내주는 「도움의 전화」를 운영한다. 성동구 20개 동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노약자나 생활보호대상자 장애인이 주민등록 등본 등 각종 서류를 전화로 신청하면 직접 배달해주는 「전화민원 배달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용이 뜸한 동사무소의 회의실과 옥상도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뜯어고쳐진다. 강동구 천호3동사무소는 지난달 4층 회의실을 폐백실 신부대기실을 갖춘 결혼전용 예식장으로 개조했다. 오는 23일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릴 회사원 李明善(이명선·26)씨는 『결혼날짜를 잡아두고도 예식장을 구하지 못해 초조했었는데 동사무소 예식장은 무료에다 시설도 좋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전농1동은 이달 안에 옥상에 채소와 유실수 등을 심은 「전농 공중정원」을 만들어 학생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전농1동은 또 이달 중순부터 월 1회씩 골목길 1곳의 차량통행을 막고 제기 팽이 간이농구대 등을 제공해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하는 「골목길 어린이에게 돌려주기」행사를 시작한다. 노원구 월계2동, 동작구 사당3동은 혼자 사는 65세이상의 노인들에게 요구르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성동구 금호1가동 등 8개 동은 동사무소에 아가방을 만들었다. 이같은 동사무소의 변화는 「행정은 상품이다」 「주민에게 감동을 주는 행정」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민선구청장들의 경쟁적인 행정서비스 개선노력 결과다. 金忠環(김충환)강동구청장은 『자치시대에 동사무소는 더이상 말단 행정기관이 아니라 주민속에 뿌리내리는 복지센터로 바뀌어야 한다』며 『지방자치의 성패를 가름하는 주민들의 주인의식 제고도 여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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