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제,통일을 준비하자

  • 입력 1997년 3월 8일 20시 37분


90년 독일이 통일되고 알바니아 같은 동구(東歐) 공산주의 철옹성이 잇따라 무너질 때 국내외의 많은 안보전문가들은 북한도 머지않아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개중에는 「3년이내」 「5년이내」하며 시한을 거론하는가 하면 金日成(김일성)의 유고시점을 통일의 기점으로 잡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들은 번번이 빗나갔고 지금은 술자리의 한담에서나 이따금 등장할 뿐이다. ▼그러던 차 최근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동요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했고 존 틸럴리 주한(駐韓) 미군사령관도 미국 하원청문회에서 『북한의 해체는 필연적』이라고 말해 우리를 긴장시켰다. 그런가 하면 외무장관을 지낸 고려대 韓昇洲(한승주)교수는 한반도통일의 다섯가지 시나리오를 펼쳐보이며 아무리 따져보아도 한반도는 독일식 통일, 즉 흡수통합방식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진단해 눈길을 끈다. ▼權五琦(권오기)통일부총리가 그저께 국회 통일외무위에서 「통일기금」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답변한 것도 한반도 안보정세를 둘러싼 이러한 기본인식들에 바탕을 두고 있는 듯하다. 사실 그동안의 남북관계나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는 북한 내부사정을 눈여겨볼 때 앞으로 통일은 「이룬다」기보다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쪽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통일시기를 정확히 계측하고 만반의 사전준비를 끝낸 뒤 「자, 이제 합치자」는 식으로 성사시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언제 닥칠지 모를 민족 최대사가 자칫 대재난이 되지 않도록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문제는 적게는 32조원, 많게는 1천2백조원이나 든다는 엄청난 통일비용을 무슨 수로 마련하느냐는 것과 국민들이 그런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비용을 쌓아만 놓기보다 그 돈으로 경제적 내실과 안보역량을 키우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어느 쪽이든 북한사정이 갈수록 불투명한 만큼 힘은 들더라도 이젠 그런 준비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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