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심문 피의자 신병유치 싸고 주도권 다툼

  • 입력 1997년 3월 8일 20시 37분


[서정보 기자] 구속영장 실질심사제의 운영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양상을 보이며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법원과 검찰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양측은 대립과정에서 신중한 인신구속을 통한 인권보장과 효율적인 사법절차라는 목적은 아예 제쳐둔 채 피의자 구속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권한다툼만 벌이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중순 실질심사를 위해 구인된 피의자에 대해 법원이 유치결정을 내리자 이를 거부, 피의자가 도주하는 사건이 벌어졌는가 하면 지난4일에는 실질심사를 마친 피의자의 유치문제를 둘러싸고 책임공방을 벌이다 피의자가 2시간동안 방치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법원에 구인된 피의자의 심문이 끝난 뒤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경찰서 유치장 등에 피의자를 가두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근거가 없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인영장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법원에 데려오는 것만으로 효력이 끝나기 때문에 심문 이후에는 피의자를 가둬둘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본처럼 판사가 미리 기록을 검토해 피의자심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피의자를 구인해 심문한 뒤 곧바로 영장을 발부하면 이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이에 대해 피의자 유치에 관한 법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구인영장에 대한 해석으로 심문후 피의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피의자심문을 위해 발부하는 구인영장은 구인과 아울러 24시간동안 유치할 수 있다는 뜻이 포함돼 있어 심문이 끝난 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데리고 있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또 피의자 심문도 일종의 재판이므로 변호인과 피의자가족의 출석, 호송문제 등을 고려할때 밤에는 심문을 하는 것이 무리이며 검찰이 일과가 끝날 쯤인 오후 4∼6시에 무더기로 영장을 청구하는 관행 때문에 실질심사가 다음날로 지연되는 것이 문제라며 맞서고 있다. 이같은 대립 뒤에는 영장발부를 둘러싼 양측의 주도권 다툼이 숨어있다는 것이 재야법조계의 지적이다. 실질심사를 하지 않던 지난해까지는 검찰이 청구한 영장의 대부분을 법원이 발부해줘 구속의 권한이 사실상 검찰에 있었으나 실질심사제의 도입으로 법원쪽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박탈감을 느낀 검찰이 법적 허점을 구실로 조직적 반발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국가형벌권의 공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에 있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문제해결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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