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33살의 프로복싱 시인왕 김재완씨

  • 입력 1997년 3월 8일 09시 55분


[윤종구기자] 지난달 15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복싱 신인왕전. 라이트급 결승전이 끝나자 대회관계자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승자는 성균관대 체육학과 대학원생 김재완씨. 그것도 33세. 복싱선수로는 「환갑」을 넘긴 나이.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처음 글러브를 낀 것이 불과 1년전이라는 사실이었다. 그의 결승전 상대는 7년 경력의 김필이었다. 김필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예상대로 김필의 주먹이 쉴 새 없이 그의 얼굴을 들락거렸다. 하지만 마지막 4회전. 주먹 한방에 김필은 캔버스에 몸을 뉘었다. KO승. 그는 신인왕전 세경기를 모두 KO승으로 장식하며 대회 KO왕에도 뽑혔다. 석사논문을 준비하던 그가 느닷없이 복싱선수가 되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해 1월. 당연히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결혼한 가장인데 몸생각도 해야지. 다른 운동도 아니고 하필이면 복싱을…』 아내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나 그의 고집은 주먹만큼이나 셌다. 『이론만 공부할 게 아니라 땀 흘리며 선수생활을 하는 게 진정한 체육학도의 자세』라는 게 그의 출사표.기왕 하는 김에 땀을 가장 많이 흘리는 격렬한 운동을 하겠다고 생각하니 복싱이 제격이더란다. 그의 경기를 빠짐없이 지켜본 사람은 장인이었다. 『사위가 혹시라도 잘못되면 막 시집간 딸아이는 어떡하나』하는 걱정에서였다. 아내는 남편이 때리고 맞는 게 안쓰러워 경기장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복싱계의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드물게 보는 쇠주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더이상의 미련이 없다. 『논문을 마저 써야지요. 복서경험을 살려 체육이론을 계속 공부할 생각입니다』 결국 신인왕전은 그의 데뷔전이자 화려한 은퇴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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