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 대표론」굳어진다…與,대선주자급 기용 불가피

  • 입력 1997년 3월 7일 19시 57분


[임채청기자] 신한국당의 李漢東(이한동)상임고문은 6일 밤 서울 염곡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기대표직 제의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姜仁燮(강인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7일 당관계자들에게 『대통령이 차기대표 인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한동대표설」이 여권내에서 거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것은 현 정치상황 때문이다. 우선 「임기말 권력누수 방지」가 여권핵심부의 가장 큰 당면관심사라는 점이 이고문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한다. 현 시국에서 「관리형」이나 「얼굴마담형」 대표를 내세워서는 당의 위상이 제대로 설 수 없다는 인식이 여권내에 자리잡은지 이미 오래다. 이러한 인식은 자연스럽게 적어도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 있는 정도의 「정치력」이 대표직에 수반돼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 것이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향후 대표중심의 당운영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도 맥을 함께하는 얘기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중 崔炯佑(최형우)고문과 金德龍(김덕룡)의원 등 민주계주자는 일단 배제해야 한다는 게 당내의 지배적 기류다. 또 金潤煥(김윤환)고문은 이미 대표를 역임했고 李會昌(이회창)고문은 초선으로 정치력이 미지수라는 점이, 朴燦鍾(박찬종) 李壽成(이수성)고문은 원외라는 점이 「결격사유」로 거론된다. 김대통령의 신뢰도에서도 이고문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고문은 김대통령이 여론의 저항을 받는 등 곤경에 처할 때도 인기영합적 발언을 자제하고 크든 작든 방풍막 역할을 해왔다. 김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도 「이한동대표설」의 유력한 논거다. 高建(고건)총리와 姜慶植(강경식)경제부총리 발탁 등 이번 개각에서 드러난 김대통령의 보수안정 회귀성향에 비춰볼 때 민정계인 이고문의 전진배치론은 설득력을 얻는다. 「이한동대표설」에 대한 다른 대선주자들의 반응은 각자 처해진 입장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민주계의 최고문과 김의원측은 『개의치 않는다』며 현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회창고문과 김윤환고문측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들 진영은 내심 탐탁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박찬종고문도 당초 비슷한 입장이었으나 최근 『개의치 않겠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한동대표설」의 최대난관은 일부 대선주자들의 반발이 경선준비과정에서 표출돼 당내 분란을 야기할 가능성이다. 이한동고문은 이를 의식, 『사심이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고문이 대표가 될 경우 극도로 신중하게 운신할 것』이라는 게 그의 측근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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