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색깔있는 밥 『인기』…잡곡따라 다양한 맛·색

  • 입력 1997년 3월 7일 08시 21분


[조병내 기자] 차조가 든 노란밥, 검정쌀이 섞인 검붉은 밥, 완두콩이 박힌 초록 밥…. 요즘 흰 밥보다는 색깔있는 밥을 찾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쌀이 부족해 잡곡밥을 먹은 시절도 있었으나 2, 3년전부터는 서울의 아파트단지와 강남에서 색다른 맛을 즐기면서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는 것은 물론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잡곡을 섞어 밥을 짓는 가정이 많아졌다. 색깔있는 밥이 유행의 물결을 타고 있다. 밥에도 패션이 등장한 것이다. 「패션밥」은 허기를 채우기보다는 음식을 즐기는 방향으로 가는 음식문화의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식품영양학자들은 풀이한다. 주부 이혜옥씨(35·서울 강남구 삼성동)는 『쌀에 노란 차조를 섞으면 고슬고슬하고 밥맛이 좋아 차조밥을 자주 해먹는다』며 『부모님은 건강에 좋다며 드시고 아이들은 보기 좋다며 잘 먹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이 지난2월말부터 팔기 시작한 제주도산 노란 차조는 1㎏에 8천원으로 수입메조보다 10배가량 비싼데도 매일 80㎏씩 팔린다. 이 백화점의 최보규씨는 『지난해 1월부터 1백가마를 시험판매했는데 3개월만에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올해에는 3백가마를 확보했는데도 워낙 잘 팔려 머지않아 다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차조뿐만 아니라 완두 검정쌀 수수 율무 팥 청태콩(검정콩) 등도 인기.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매장 김상덕과장은 『잡곡만 하루에 40∼60㎏씩 팔린다』며 『잡곡을 찾는 고객중에는 젊은 주부들이 많으며 이들을 위해 소포장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에서는 찰기가 많은 검정쌀이 잘 팔린다. 덩달아 검정쌀밥으로 만든 김밥도 인기라는 것. 요리연구가 전정원씨는 『검정쌀이나 차조밥은 차진 맛을 내고 수수밥은 톡톡 씹히는 감촉이 있으며 콩밥은 밥맛이 더욱 구수해지는 등 섞는 잡곡에 따라 밥맛과 색상을 다양하게 연출해낼 수 있다』며 『밥을 싫어하는 어린이도 잡곡밥의 색다른 맛과 색깔에 이끌려 밥을 잘 먹게 된다』고 말했다. 잡곡밥이 신세대주부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압력밥솥이 나와 밥을 짓기 쉬워진 까닭도 있다. 예전처럼 잡곡을 체로 거르고 잡곡에 따라 물에 불리는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다. 백화점이나 농협슈퍼마켓에 나오는 잡곡은 선별기로 잘 골라져있어 돌이나 잡티 등이 없고 어느 잡곡이든 1∼2시간정도만 불려 압력밥솥에서 지어내면 밥맛이 잘 살아난다. 전기밥솥에서 지으려면 청태콩과 완두 팥은 하룻밤정도, 수수나 차조는 1시간정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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