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18)

  • 입력 1997년 3월 7일 08시 21분


제7화 사랑의 신비 〈4〉 꿈같은 나날이 흐르면서 왕비는 차차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왕은 그러한 왕비가 너무나 대견스럽고 사랑스러워 하루에도 몇차례씩 왕비의 배를 어루만져보는가 하면 거기다 귀를 대보기도 했다. 이윽고 달이 차자 왕비는 두 언니에게 자신의 분만에 입회하여 산파 역할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두 언니는 승낙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들에 대한 동생의 그 변함없는 극진한 마음을 고마워하기는커녕 지금이야말로 동생을 없애버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알라께서는 왕비에게 달과 같이 아름다운 왕자를 낳게 해주셨다. 그걸 보자 두 언니는 아이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기는커녕 달아오르는 질투심으로 더욱 고통스럽기만 했다. 그래서 그녀들은 젊은 어머니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을 생각으로 산모가 아직 산고에 시달리고 있는 틈에 아기를 버드나무 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 남의 눈을 피하여 죽은 강아지가 든 바구니와 슬쩍 바꿔치기를 했다. 그리고는 왕비가 낳은 것은 죽은 강아지였다는 소문을 퍼뜨리며 그것을 궁중의 부인들에게 내보였다. 언니들이 퍼뜨린 소문은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그 말을 들은 왕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는 너무나 슬펐던 나머지 국사를 돌보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버렸다. 왕비 또한 너무나 부끄럽고 너무나 슬퍼 마음이 갈갈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한편 죽은 강아지와 바꿔치기를 당한 아기는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이모들이 바구니에 넣어서 궁전 옆을 흐르고 있는 강물위에 띄워 버려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 강물은 궁전 옆을 지나 임금님의 정원인 금원(禁苑)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따라서 아기가 담긴 바구니는 강물에 실려 금원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그때 마침 강가에서 화원을 가꾸고 있던 금원의 정원사가 그걸 발견하게 되었다. 강물에 실려 떠내려오고 있는 바구니를 이상히 여긴 정원사는 긴 장대를 가져와 그것을 물가로 끌어당겨 냈다. 그리고는 그안을 살펴보았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바구니 안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내아이 하나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오, 알라 이외에 신 없고 주권 없도다』 바구니 속에 든 아기를 보자 정원사는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정원사는 결혼한 지가 오래 되었지만 아이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항상 아이를 갖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이 아름다운 아이를 발견하였으니 어떠했겠는가? 그는 바구니를 안고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 아내에게 소리쳤다. 『오, 내 사촌 누이이며 사랑하는 나의 아내여! 당신을 기쁘게 해줄 소식이 있소. 알라께서는 드디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소』 이렇게 말하고난 정원사는 그의 아내에게 바구니를 열어보였다. 바구니 속에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그 너무나도 예쁘고 귀여운 아기를 보자 정원사의 아내는 기쁜 마음을 이기지 못해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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