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총리 역할분담론]대통령 국정스타일 변화 촉각

  • 입력 1997년 3월 6일 19시 56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 변화가 정치권안팎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대통령이 高建(고건)신임총리에게 『내각은 총리의 책임아래 통할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6일 고총리의 입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사실 김대통령은 물론 과거의 대통령들이 총리를 새로 임명하면서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을 밝힌 일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정국상황이 복잡하고 어려웠을 때는 거의 예외없이 그런 얘기를 해왔다. 이 때문에 야권도 이날 『의례적인 얘기일 것』이라면서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뭔가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게 여권내의 지배적 시각이다. 우선 청와대 관계자들은 『임기말이라는 타이밍과 한보사태 등 난국수습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김대통령의 뜻을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노동법 파문과 한보사태의 후유증 수습을 위해 각계 원로들의 자문과 비서진 등으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강성」 「독주」 「군림」형으로 비쳐져온 국정운영스타일의 변화필요성에 관해 여러 차례 고언(苦言)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선조직의 정보와 제언에 의존, 국정을 운영해온 폐단에 관해 김대통령 스스로 한계를 절감하게 됐다는 것. 고총리 기용과 각료인선과정에서 시도된 「여론 검증작업」이나 내각개편에 앞선 사전협의 등을 통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을 갖춰준 것도 이같은 주변의 진언(進言)을 받아들인 결과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대통령이 이번에 자신의 입이 아니라 고총리의 입을 통해 국정운영 방식 변화의 뜻을 밝힌 것이나 『앞으로 내각은 총리가 행정 각부를 실질적으로 통할하라. 나는 외교와 안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식의 구체적 표현도 김대통령의 의중을 확실히 읽을 수 있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대통령은 또 신한국당의 운영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정무수석―당사무총장라인 등을 통한 직할 체제보다는 당대표를 중심으로 한 명실상부한 「대표중심」 운영체제를갖추고당의 활성화를중시해 나간다는 방침인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김대통령의 당정 운영스타일 변화는 사실 청와대 비서실을 과거에 비해 「연성(軟性)」인사들로 교체한 것이나 고총리 등 내각진용을 비록 과거 5공 시절 인물이긴 하나 비교적 「소신파」로 지목됐던 사람들로 짰을 때부터 이미 예고됐다고 볼 수 있다. 姜慶植(강경식)경제부총리가 지금까지 금기시 돼 왔던 「금융실명제 보완」 발언을 하게 된 것도 김대통령의 구상과 무관치 않다. 강부총리는 내정통보를 받으면서 『경제난의 원인과 처방을 냉정하게 진단, 처방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며 청와대측에 이미 금융실명제의 보완필요성을 제시, 사실상 내락을 얻었다는 것. 다만 김대통령이 종전의 스타일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겠느냐에 대해 야권은 물론 여권내에서도 의문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임기말이라는 상황여건과 확실해 보이는 김대통령의 현실인식 등으로 미루어 일단은 상당한 강도로 국정운영 방식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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