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자회담 열리려나

  • 입력 1997년 3월 6일 19시 56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반도 4자(者)회담 성사(成事)를 위한 공동설명회 결과 4자회담 개최전망이 밝아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남북한 및 미국 대표가 입을 모아 회의 분위기가 신중하고 진지했다고 전한 것이나, 북한측 수석대표의 성명을 보면 일단 4자회담이 열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낳게 한다. 오랫동안 접촉이 중단된 끝에 남북한이 다시 대좌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뜻이 있다. 더구나 지난 53년 한국전쟁 휴전직후의 제네바 정치회담 후 44년만에 처음으로 남북한 외교관들이 한 자리에서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이번 설명회의 의미는 크다. 韓美(한미) 양국이 4자회담을 공동제의한 지 근1년만이라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설명회가 4자회담까지 이어져 한반도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등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진전됐으면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성실한 자세가 먼저 요청된다. 북한은 4자회담 설명회 참석을 발표한후에도남북대화중단 등 한반도의 전반적인 긴장과 관련된 책임을 한국측에 전가하면서 대남(對南)적대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무엇보다 북한은 이런 상투적 이중(二重)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또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통해 실익을 챙기는 방편으로 설명회나 4자회담을 이용하려 해서도 안된다. 한미 양국은 이번 설명회를 통해 4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그리고 식량원조 제공 등 남북경협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본입장을 전달했다.또 4자회담 개최의 시기 장소 대표단구성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북한측에 설명한 만큼 북한은 신중하게 검토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북한이 4자회담 참석여부에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일단 설명회에 참석한 이상 한국도 보다 유연한 자세로 융통성을 발휘해서 북한을 4자회담에 참석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할 것이다. 우선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 해결에 신경을 쓰는 등 북한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확고한 기본원칙에 입각해서 의연한 자세를 견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칫하면 과거처럼 북한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 또한 전통적인 한미우호관계가 변함없음을 과시하고 미국과의 직접 협상으로 한국을 배제하려는 북한의 끈질긴 책략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 한미공조체제에 빈틈이 없어야 4자회담도 성사될 수 있다. 오늘 유엔주재 미국대표부에서 열리는 北―美(북―미) 준(準)고위급회담에서도 미국은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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