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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금융실명제 보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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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금융실명제 보완한다면

동아일보입력 1997-03-06 19:56수정 2009-09-2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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姜慶植(강경식)경제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금융실명제의 보완 방침을 밝혔다. 지난 93년 8월 전격 시행된 실명제의 보완문제가 3년반만에 정부차원에서 공식 제기된 것이다. 강부총리의 보완 구상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어떤 원칙위에 어떤 과정을 거쳐 보완할 것인지 앞으로 많은 논란과 더불어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든 실명제를 도입한 기본취지를 훼손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라는 점이다. 개혁의 후퇴가 있어서도 안된다. 실명제 도입 당시 대통령이 천명한 「부정부패의 원천적 봉쇄」 「정치와 경제의 검은 유착 단절」 「분배정의와 도덕성 확립」이라는 대전제는 유지돼야 한다. 또한 보완 방향과 세부 내용에 관해서는 충분한 공론화와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개악이 아닌 개선이 가능하다. 차제에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을 입법화, 정상적인 법률형태로 전환하는 문제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제도를 언제까지 한시적인 성격의 긴급명령체제로 존속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실명제 도입 이후 실명거래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잡혀가고 검은 돈이 은닉처를 찾기가 어려워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천억원대의 전직 대통령 은닉자금이 드러난 것도 실명제의 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실명제는 도입 당시부터 사회정의와 형평성 등 개혁쪽에 지나치게 무게를 둠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간과한 점이 없지 않다. 때문에 비실명 금융자금의 양성화라는 또 하나의 취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고 실명제 보완 주장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지하자금이 제도금융권으로 들어와 산업자금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오히려 과소비와 저축률 저하 등 역작용을 가져와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치밀하지 못하고 현실성을 결여한 제도 탓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그간 강부총리나 여당측이 주장해온 내용을 보면 실명제 보완 방향은 대충 가닥이 잡힌다. 실명으로 전환하는 예금주에 대해 과징금, 이른바 도강세(渡江稅)만을 부과하고 자금출처 조사 등 다른 불이익은 주지 않음으로써 제도금융권으로 돈을 끌어들여 산업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장기저리의 무기명채권을 발행, 사회간접자본 투자재원 등으로 활용하며 금융종합과세 세율 인하 및 종합과세 대상 축소 등을 통해 금융저축을 유도하는 방안 등도 제기돼 왔다. 거듭 강조하지만 실명제의 기본취지는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과제다. 동시에 국민적 합의에 바탕한 보완이어야 실명제는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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